[Save Earth Save Us] “도시가 앞장서서 온난화 막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학생 박병욱(25·서울대 농대 4년)씨는 15일 미국 뉴욕 시청을 방문했다. 박씨는 국제대학생자원봉사연합회(대자연) 회원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방문 목적이 봉사는 아니었다. 내년 5월 서울에서 열리는 ‘대도시 기후변화 리더십그룹(C40) 정상회의’를 알리기 위해 갔다. 박씨 외에 13명의 대학생이 동행했다. 박씨는 “뉴욕시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플랜YC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낡은 건물이 많은 뉴욕시는 인구가 늘면서 에너지 비효율이 문제가 됐다. 뉴욕시는 수십 년간의 기획 끝에 자전거 이용을 확대하고 신축 건물은 물론 시내의 모든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했다. 그것이 플랜YC 프로젝트다.

박씨를 포함한 대자연 소속 대학생 96명은 뉴욕 외에 파리·베를린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 중이다. 각 도시에서는 에너지 담당자를 만나 그들의 노력을 듣고 내년 열릴 C40 행사를 알리고 있다. 박씨는 “참가 학생들의 전공은 모두 다르지만 지구온난화의 위험성 때문에 하나로 뭉쳤다”며 “전 세계 대학에 우리의 뜻을 전하는 게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에너지의 날’ 행사에서도 대자연 소속 대학생들이 시민들에게 버튼을 나눠 주고 페이스 페인팅을 해 주며 C40 회의를 홍보했다. 윤해열(27·한양대)씨는 “C40처럼 중요한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을 시민들도 알아야 할 것 같아 나섰다”고 말했다.

◇도시 ‘환경올림픽’=C40 정상회의는 2005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각국의 대도시들이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시의 환경보호 의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환경올림픽’과 같은 효과가 있어 총회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만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 도쿄도 지사는 2009년 제3차 C40 총회 개최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 표결 직전까지 갔다. 영국 런던의 켄 리빙스턴 시장이 중재에 나섰고 결국 추첨을 통해 서울 개최가 결정됐다.

C40 정상회의 때 세계 주요 도시 시장들은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과 환경개선 성과를 직접 발표한다. 우수 사례는 C40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에 소개된다.

◇‘서울 선언’이 핵심=내년 5월 18~24일 열리는 서울회의의 주제는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와 과제’다. 세계 100개 주요 도시 시장이나 고위 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회의 준비를 위해 올 5월 조직위원회(위원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를 구성했다. 홈페이지(www.c40seoulsummit.com)도 개설했다. 회의기간에는 기후변화 관련 박람회도 열린다.

서울시 C40총회담당관실 최영수 팀장은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결정하는 2009년 12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있어 서울회의 결정 내용이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 등 모든 분야를 고려해야 하는 국가 간 감축 협상과 달리 C40 회의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대적으로 높게 잡을 수도 있다. 도시 경쟁력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C40 회의 성과를 담는 ‘서울 선언’에 “2050년 주요 도시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60% 이상 줄이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제안할 방침이다.

◇서울을 알린다=서울시는 내년 회의 때 ‘친환경 건축기준’을 소개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5만㎡ 이상 규모의 주택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을 벌일 때는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담은 에너지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뚝 떨어진 것도 ‘희소식’이다. 2003년 상반기 ㎥당 평균 82㎍(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에서 올 상반기에는 62㎍까지 낮아졌다. 서울시 채희정 저공해사업담당관은 “승용차 요일제와 경유 자동차 매연 저감장치 부착 사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C40 정상회의=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의 제안으로 2005년 만들어진 세계 도시 간 협의체. C는 도시(City)와 기후(Climate)를 의미한다.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40개 주요 도시가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보·정책·경험을 교환한다. 서울·뉴욕·파리·베를린·베이징·카이로 등 40개 정회원 도시와 준회원 13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