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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8·21 부동산 활성화 대책 발표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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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21일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 건설 등 핵심적인 규제는 대부분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대책이 나왔지만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중개소는 한산했다. 신도시로 확대 개발되는 인천 검단 지역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시세판을 갈아 끼우는 곳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 강남구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예전엔 규제 완화가 발표되면 매수세가 당장 몰리지는 않더라도 시장 전망을 묻는 문의가 이어졌지만 이번엔 전화 한 통 없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분위기는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GS건설이 전날보다 8.68% 급락했고, 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이 모두 5% 넘게 떨어졌다. 건설업종 지수는 6.43% 하락했다. 골드먼삭스는 “건설 경기 활성화 방안의 수위가 당초 예상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기대에 못 미친 대책=상당수 전문가가 ‘알맹이’가 빠진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주택 거래가 막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 규제와 과도한 세금”이라며 “대출 및 세금 완화 없이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요가 죽은 상태에선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재건축도 활기를 띠긴 어렵다. 대책의 초점이 주로 절차 간소화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서초구 잠원동 S공인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도움은 되겠지만 소형·임대주택 비율 완화 같은 핵심 내용이 빠져 (재건축)시장이 살아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수도권의 아파트 전매 금지 완화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앞으로 수도권에서 분양할 아파트에서 미분양을 줄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수요자한테는 되레 악재라는 지적도 있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끼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10월께 공급될 경기 광교 신도시 등 입지가 좋은 지역은 (투기 수요가 몰려) 되레 실수요자들의 내집 장만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근 현대증권 산업분석부장은 “오산 세교 신도시는 서울에서 50㎞나 떨어진 지역인 데다 지방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인 상황을 고려하면 성급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출범 초 신도시 건설은 당분간 하지 않고, 도심 공급 확대부터 하겠다고 하고선 신도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주요 정부 인사들이 종합부동산세의 개정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 왔지만 정작 이번 대책에선 제외됐다.


◇부문별 시장 전망=분양 시장은 양극화될 전망이다. 인기 단지는 청약 과열 현상을 빚을 수 있지만 기존 미분양 주택은 더 외면받을 수 있다. 21일 이후 분양 승인을 신청하는 아파트부터 전매제한이 완화돼 이미 미분양된 주택은 별다른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입지 여건이 좋지 않아 인기를 끌지 못했던 김포·파주·양주·용인·안산·화성 등(성장관리권역·자연보전권역)은 서울·성남·수원 등(과밀억제권역)에 비해 전매제한 기간이 더 짧아졌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재건축 아파트 거래는 별로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대표는 “집값 상승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건축 단지를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재건축 시장을 살리려면 과도한 중복 규제는 확실하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조철현·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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