儀典의 극치 백악관 國賓만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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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백악관 국빈만찬은 「의전(儀典)의 극치」로 일컬어진다.미국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최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9일 그리스대통령을 위해 베푼 백악관 국빈만찬의 준비.진행과정을 소개했다.국빈만찬이 치밀한 준비와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진행,최고 품격의 의전이 결합된 종합예술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전 준비=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된 것은 약 2개월 전인 3월.준비팀에는 백악관 의전장을 주축으로 국무부.국방부.경호실등정부부처에서 음식.꽃.음악.진행담당등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모두 참여한다.전문가들의 회의를 통해 마련된 10~12쪽 분량의 계획안은 대통령에게 제출되며 대통령의 승인이 나는 순간 「작전」이 시작된다.
◇초청자 확정=국빈만찬에 초청할 사람의 선정은 대통령을 포함,백악관 보좌관.국무부.해당국 대사등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의견을 낸다.
만찬 날짜나 초청자수등 「숫자」와 관계되는 것은 여러가지 사항들을 고려해 정한다.즉 해당 국가의 관습,국빈의 취향등을 감안해 길일을 택하고 초청자수도 결정한다.
◇초청장 발송=만찬 개최 6주전에 초청장 발송이 이뤄진다.초청장은 인쇄물이 아니라 백악관 소속 전문 「명필가」들이 직접 펜으로 쓴 육필(肉筆)이다.초청에 대한 응답은 매우 신속한 편이다.국빈만찬 초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 다.
◇메뉴 확정=만찬 4주전쯤 음식 메뉴가 정해진다.백악관 주방장이 준비된 몇가지 안을 추천하면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가 이를 검토,확정한다.이 과정에서 백악관 안주인으로부터 주문이 추가될 수 있고 전체적으로 계획이 바뀔 수도 있다 .
◇도상 연습=준비팀들은 만찬 이틀전 도상 연습을 실시한다.모든 진행은 분(分)단위로 쪼개져 이뤄질 만큼 정교하다.접견 순서와 시간이 결정되고 음악연주자.경호.음식배달.진행자등 행사장내 모든 사람의 위치가 정해진다.
◇만찬장 장식=만찬 당일 오전 7시부터 장식이 시작된다.행사장 입구를 비롯,주빈용 테이블과 각 테이블.행사장내등 필요한 장소에 수주일전 힐러리 여사가 결정한 꽃 장식이 놓인다.오후 1시쯤부터는 만찬장 조명과 유리창등 각종 시설물들 에 대한 청결도 점검이 시작된다.백악관에는 이 방면에만 30년째 일해온 전문가들이 있다.
◇식탁 준비=오후 3시부터 식기들이 놓이기 시작한다.총 20개 원탁에 참석자 수는 1백90명으로 접시와 포크.나이프.컵등용도별로 정해진 식기들이 준비된다.식기들은 백악관 3층 창고에서 1.5 높이의 운반수레에 담겨 이동된다.이같 은 준비를 총관장하는 제임스 셀먼 집사는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일해왔다.
각 식탁 위에는 역시 「명필」들이 쓴 참석자 명패가 놓인다.
◇음식 준비=오후 4시30분부터 음식을 준비한다.음식은 지하부엌에서 승강기로 이동되며 16명의 「배달전문가」가 나른다.음식이 참석자들에게 제공되는 시간은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접견을시작하면서부터.
◇주빈 도착=주빈 도착 30분전인 오후 6시45분 행사장내 모든 사람은 정위치에 자리잡는다.국빈만찬의 주빈격인 상대국 대통령이나 총리등이 도착하는 시간은 7시15분.클린턴 대통령은 관례상 7시13분에 주빈을 맞으러 현관쪽으로 이동 한다.
◇만찬 시작=오후 8시15분 클린턴 대통령이 건배를 제의하면서 공식 국빈만찬이 시작된다.만찬은 2시간30여분 계속되다 10시55분 클린턴 대통령이 관례에 따라 주빈을 백악관 북쪽 현관에서 배웅하는 것을 끝으로 공식적인 절차가 막을 내린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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