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중 ‘서류 → 면접 → 추첨’ 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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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 3월 개교를 추진 중인 대원·영훈 국제중학교의 신입생은 서류전형→면접→추첨을 거쳐 선발될 전망이다. 각 학교는 학년당 5개 학급(학급당 32명) 160명을 신입생으로 뽑을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원·영훈 국제중의 신입생 선발 방식과 교육과정이 담긴 ‘특성화중학교 지정 계획’을 19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10월께 전형요강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원의 5배를 뽑는 1차 서류전형은 학교장추천서와 생활기록부로 학생을 선발한다. 학교장추천의 학교별 인원제한은 없다.

서류전형에서 경시대회는 수상실적이 반영되지만 사설 경시대회나 지방자치단체 경시대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2차 면접에서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등을 고려해 정원의 3배수를 추린다. 영어나 교과과정과 관련된 면접은 할 수 없다. 최종합격자는 2차 면접을 통과한 학생 가운데 공개 추첨을 통해 선발된다.

대원국제중은 국제리더·외국어능력우수자 특별전형(20명), 영훈국제중은 국제인재 특별전형(26명)으로 일부 학생을 뽑는다.

국제중은 특성화 중학교로 영어와 사회(세계사·세계지리)과목 수업이 일반중학교보다 많고, 과학과 수학과목의 수업은 줄어드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민동기 기자



뉴스분석 대원·영훈국제중이 선택한 전형 방식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정원의 3배수를 뽑아 추첨으로 최종합격자를 가리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양종만 교육지원국장은 “사교육 수요를 줄이고 과도한 입시 경쟁을 줄이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중학교가 평준화된 상황에서 국제중 입시 준비를 위해 사교육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줄여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전형방식으로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국제중 설립취지도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

서울시내 초등 6학년생은 11만여 명이다. 이 중 1.4%만이 정원의 5배를 뽑는 1차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 2차전형을 통과하는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 이런 경쟁을 뚫어야 하는데 마지막 전형이 추첨이라고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과) 교수는 “(국제중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 설립목적 아니였나”라며 “취지에 맞는 학생을 선발해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데, 시교육청의 전형안은 비판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 결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중 설립을 추진하는 대원·영훈중은 추첨으로 학생을 뽑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들은 “서울시교육청 측이 추첨제 도입을 요구한 것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1, 2단계 전형 방식도 우수학생을 뽑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1단계 학교장 추천은 인원 제한이 없다. 서술형으로 표현되고 3~5등급으로 나눠지는 학생생활기록부는 변별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나마 변별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면접도 기존 국제중인 부산국제중이나 청심국제중에 비해 우수학생 선발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청심국제중의 전형 방식은 추첨도 없고 면접에서 교과과정이나 영어실력을 알아볼 수 있다. 시교육청 기자회견에서는 “능력이 안 되는 학생이 입학하면 어려운 국제중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사교육이 더 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민동기 기자



대원중 김일형 교장 “토론·면접으로 학생 잠재력 평가할 것”

 대원중학교 김일형(54) 교장은 대원국제중학교의 교육목표를 “세계를 이끌어갈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형에서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면접에 주력할 계획이다. 집단토론이나 개별면접을 하면 수험생의 발표력·리더십·봉사정신·목표의식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우수 학생을 뽑아 내겠다. 영어 면접이나 교과과정을 묻는 단순 지식 측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시사적인 주제의 토론면접도 가능할 것이다. 자기소개서도 많이 참고하겠지만 사설 학원이 대필해준 것은 철저히 가려낼 계획이다.”

-생활부로 우수학생 가릴 수 있나.

“부족하나마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아낼 수 있다. 중앙 정부기관이 주최하는 경시대회의 수상실적도 어느 정도 변별력이 있다.”

-최종 선발을 추첨으로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

“서울 교육청의 방침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사교육 증가가 우려된다’며 청심국제중이나 부산국제중에 비해 학교의 학생 선발권에 많은 제한을 둔 점은 아쉽다.”

- 어떤 교육을 시킬 계획인가.

“외국어 교육이 우선이다. 세계적 시각과 감각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영어수업은 당연히 영어로 한다. 수학·과학과목에 대한 영어몰입교육도 도입한다. 결과에 따라 몰입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과학·수학 교과 시간을 줄이고 세계역사와 세계지리 시간을 늘려 세계를 이해하는 내용의 수업을 중점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다른 학교와의 차별화 방안은.

“글로벌 인재에게 있어 외국어는 필수다. 같은 재단인 대원외고의 원어민 교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 모든 졸업생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프랑스어·독어·서반아어·중국어와 같은 제2외국어 하나 정도는 마스터할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 방과후 수업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제2외국어 교육을 시키겠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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