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의 기와집' 한국학센터 日式건물로 둔갑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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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하와이의 대표적 한국식 건축물인 한국학연구센터(하와이대 부설) 건물(사진)이 일본식 건물로 둔갑할 위기에 처했다.
하와이대 당국자와 주(駐)하와이 한국 영사관에 따르면 하와이대는 최근 이 건물의 보수공사를 결정하면서 현재의 한국 기와를모두 걷어내고 일본 기와를 덮기로 했다.
한국학연구센터 건물은 지난 80년 한국인 이민 1세들의 피땀어린 성금과 한국 정부의 후원금,한국건업(현 벽산건설)등 한국기업들의 기부금으로 건설돼 하와이의 대표적인 동양 건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하와이대 당국자는 10일 『한국학센터 지붕의 현재 기와는 비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는 등 사고 위험이 많다』며『사고 위험이 없는 일본식 기와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사는 곧 시행될 예정』이라며 『재설계를 맡은 일본계 회사가 기와에 구멍을 뚫어 천장과 연결시키려면 한국 기와로는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와 함께 『기와는 일본계 회사가 만들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현재와 비슷해 큰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고건축 전문건설가 임오혁(任五爀)씨는 9일 기자와 만나 『한국식 건물에 일본 기와를 얹는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지만 한국 기와의 선은 한국 건물의 곡선미를 살려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형태가 비슷한 일본제로 바꾼다는 것 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교민들도 우리 돈으로 우리가 지은 건물에 일본 기와를 얹는다는 것은 민족혼 말살 행위라며 흥분하고 있다.
정주헌(鄭周憲) 주하와이 영사는 이에 대해 『한국 건물에 일본 기와를 얹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난 3주동안 관계 요로에 전달,최종 계약을 잠정 연기시켜 놓았으며 11일에는 케네스 모티머 하와이대 총장과 만나 협상을 벌 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하와이대 예산 회계 집행기한이 6월30일이어서 계약 집행이 무한정 연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관계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시급하다.
호놀룰루=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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