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院 구성’ 못하는 정치권 청와대서 먼저 손 내밀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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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17면

유난히도 무더웠던 8월의 ‘살인 더위’보다 더 지루하고 짜증났던 게 바로 대한민국 정치권이었다. 원 구성을 둘러싼 기세 싸움에 18대 국회는 출발조차 하지 못한 채 빈사 상태에 빠졌다. 공범은 셋이다. 어정쩡한 ‘놈’, 대책 없이 갑갑한 ‘놈’, 오로지 제 살 궁리만 하는 ‘놈’.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청와대가 그들이다.

80일을 끌어온 여야 대치도 이제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18일 정오를 데드라인으로 정해 놓았다. 파국이냐 봉합이냐, 정치권이 기로에 섰다. 전망은 밝지 않다. 세 곳 모두의 강경파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단독 원 구성도 불사할 태세다.

9월 정기국회도 코앞에 다가왔다. 강경파의 바닥난 인내심 앞에서 야당과의 합의를 강조하는 홍준표 원내대표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은 더욱 심각하다. 원혜영 원내대표가 11일 원 구성에 전격 합의했지만 곧바로 가축법 개정을 빌미로 브레이크를 걸 정도로 강경파의 입김은 막강하다. 청와대는 이미 강공 드라이브를 선언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장관 청문회를 이유로 여야 합의안을 받지 않은 것도 ‘강한 청와대’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였다는 게 중론이다. 여의치 않으면 정기국회 파행도 감수하겠다는 분위기다.

만신창이 국회에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유류세 환급과 재산세 인하 등 각종 민생법안이 꽁꽁 묶여있다. 더 이상의 파행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한발씩 양보하며 타협하는 게 ‘최악’을 피하는 길이다. 그게 정치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여야 경색 국면은 영수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풀려 왔다. 마침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정 원탁회의를 하자고 제의해 놓은 상태다.

이 대통령이 이를 받으면 된다. 정 대표가 국회 권위를 손상시킨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3자 모두 자존심 상하지 않으면서 명분과 실리를 얻을 수 있다. 윈-윈이 바로 이런 거다.

정치는 양보하면서 이기는 것이다. 강자인 청와대가 먼저 손을 내밀라. 그러면 국민은 성원할 것이고 지지율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소통이 별 게 아니다. 민주당도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근본적 패배주의와 피해의식부터 떨쳐 내야 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어떻게 이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이번주 
●18일 국회법 및 국회 상임위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특위 
●18,19일 쇠고기 특위 국회 청문회 
●20일 국정조사 결과 보고 채택 관련 국조특위 전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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