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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악마의 유혹, 프렌치 디저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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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11면

1 구르만디 gourmandise 발사믹(이탈리아 와인 식초)을 이용한 소스, 사비용 크림, 피스타치오 크림 등 이탈리아 고유의 재료들을 이용해 프랑스적인 방법으로 만들었다. 붉은색·크림색·녹색 등 겹겹이 쌓인 각기 다른 컬러를 스푼으로 듬뿍 떠먹으면 그 맛과 식감도 무지개 빛깔만큼이나 다양하게 느껴진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요리와 여자 이야기’ 책의 제목이자 한 챕터의 소제목이다. 책 속 화자인 그와 테이블을 마주한 그녀는 지금 무스 쇼콜라(초콜릿 무스)를 먹고 있다. “입 안에서, 녹아서,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달콤하거나 쓰다는 말도 맞지 않아. 그런 걸 넘어선 맛이야.”츠지원 강사 요시무라 다이스케는 ‘디저트=단맛’이라는 공식은 틀렸다고 말한다. “단맛도 가볍고 무거운 느낌의 차이가 있죠. 어떤 재료를 써서 단맛을 냈는가에 따라 향미는 오히려 쓴맛, 신맛, 씁쓸한 맛 등을 오묘하게 오갑니다. 문제는 밸런스죠.”

우리에게 디저트는 코스 요리에서 메인 요리 후에 먹는 ‘식후 간식’ 개념이 강하다. 그래서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서양인, 특히 프랑스 사람들에게 ‘디저트’는 그날 식사의 클라이맥스다.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식사는 디저트라는 마지막 문장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가로 좌우된다(실제로 디저트는 프랑스어로 ‘식사를 마치다’의 의미다). 또한 프랑스에는 코스 요리와는 별개로 차와 함께 디저트만을 파는 곳도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디저트 카페’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에는 없는 개념이다.

음식문화에 관한 한 최고의 자부심과 역사를 가진 프랑스는 디저트 하나만 놓고도 공간을 세분화시켜 컨셉트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각각 다르다. 우선, 카페(caf)는 커피를 위주로 차와 간단한 와인 또는 맥주 같은 술을 마시기 위한 공간이다. ‘살롱 드 테(Salon de TH)’는 커피와 홍차 등 차가 중심이지만, 약간의 디저트도 맛볼 수 있는 곳을 가리킨다.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일반적인 공간을 말한다. ‘파티스리 살롱 드 테(Patisserie Salon de TH)’는 쿠키·케이크·타르트·크루아상 등의 디저트 류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따라서 고객들도 주로 유명한 과자를 맛보기 위해 방문하며 커피나 홍차와 같은 차를 함께 곁들인다. 레스토랑(Restaurant)은 주로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이곳에서의 디저트는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후식’ 개념이다. 유명한 레스토랑 중에는 “단지 그곳의 디저트를 먹기 위해 앞의 정찬 코스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할 만큼 디저트가 유명한 곳들이 많다.

요시무라 강사가 꼽은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디저트는 앙글레즈 소스를 곁들인 사과 타르트, 스푼으로 뜨면 얇은 실이 따라 나올 만큼 달콤한 초콜릿 무스, 두꺼운 캐러멜로 덮인 크렘 블레, 앙글레즈 소스 위에 머랭을 띄워 놓은 ‘일 프로탕(‘떠 있는 섬’이라는 의미)’이다.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전염돼서 함께 행복해지죠.”책 속에서, 무스 쇼콜라를 먹은 그녀의 감상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문장은 ‘우리는 5년 전에 두 번 섹스를 나누었을 때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함께 침대에 들어갔다’이다.

요리 요시무라 다이스케 츠지원 강사
자료사진 츠지원

2 밀푀유 mille-feuille 여러 겹의 파이를 겹치고 커스터드 크림을 채워 넣은 페이스트리로 프랑스 정통 디저트로 꼽힌다. ‘밀푀유’라는 이름은 ‘천 겹의 잎사귀’라는 뜻. 바삭한 페이스트리의 식감과 커스터드 크림의 깊은 맛이 포인트인 만큼 파이 반죽을 잘 하는 것이 관건이다.

3 사바랭 상티 savarin chantilly 사바랭은 프랑스식 과자를 만들 때 굽는 틀을 말한다. 잘 발효된 반죽을 사바랭 틀에 넣고 따뜻한 곳에 두어 잔뜩 부풀린 다음 고열의 오븐에 구워낸다. 럼이나 브랜디 등의 술을 첨가한 따뜻한 시럽을 부어 살며시 스며들게 한다. 접시에 과일이나 크림을 곁들인다.

4 탱발 엘리제 timbale elis<00E9>e 프랑스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라세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스페셜 디저트. 바삭한 컵 모양의 과자 속에는 커스터드 크림, 생크림, 아이스크림, 콤포트(과일 조림)가 들어가 있다. 캐러멜로 만든 그물 모양의 뚜껑을 숟가락으로 깨고 맛을 보면 각 재료들의 개성과 조화에 놀라게 된다.

5 카넬로니 마스카포네 치즈 cannellonis de mascarpone 이탈리아 요리에 많이 쓰이는 마스카포네 크림과 얇은 반죽 안에 속을 채워 넣어 굽는 카넬로니 방법을 프랑스적으로 재해석해서 새롭게 창조한 디저트. 바질과 후람보아즈를 이용한 셔벗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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