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출판부 활성화 움직임-해외교류.기획물로 활로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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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 각국의 서평지나 독서전문잡지에는 일반 독자들을 겨냥한 대학출판부 광고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또 일본 도쿄(東京)대 출판부의 『지(知)의 기법』처럼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책들이 수십만부씩 팔리는 예도 많다.이 렇듯 각국 대학출판부들은 교수들의 연구결실을 전달하는 대상을 일반독자로까지 확대,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높이는데 일정하게 역할을 맡고 있다.그런데도 우리 대학출판부의 현실은 교수들의 논문을 묶어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이런 가운데 최근 대학출판부들의 움직임이활발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가장 눈길을 끄는 노력은 서울대.이화여대.연세대.고려대.건국대 등 전국의 69개 대학출판부를 회원으로 둔 한국대학출판부협회의 한.중.일 3국 대학출판부간의 교류확대다.
이 협회관계자 4명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베이징(北京)을 방문,중국대학출판부협회측과 한.중 대학출판물의 기획 및 제작에 관한 정보교환.출판물 공동제작 및 번역협력.공동도서전 개최 등을 논의했다.
한국대학출판부협회에서는 또 지난해 부산.대구.광주 등을 돌며대학출판부도서전시회를 개최한데 이어 올 10월말과 11월 초를전후해 서울의 교보문고에서 한.일 대학출판부 합동도서전시회를 열 계획이다.도쿄대.와세다대.나고야대 등 일본 의 22개 유수대학에서 발간된 도서 4천여종을 포함해 모두 1만 여종이 전시될 이 행사는 한.일 양국 지식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대학별로는 건국대 출판부의 변신 노력이 가장 두드러진다.이 대학출판부는 조만간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도쿄대 출판부와 자매결연할 예정이다.두 대학 출판부가 자매결연의 관계로 발전하면 출판관계 정보를 교환하고 상대방에 번역권을 우선적으 로 제공하며공동기획물도 제작하게 된다.
건국대 출판부는 또 교수들이 안겨다주는 원고에서 벗어나 기획에 중점을 두고 있다.이 대학의 가장 성공적인 기획물은 「문학의 이해와 감상」시리즈.94년 후반기부터 도스토예프스키.어네스트 헤밍웨이.김동인.최서해 등 국내외 유명 작가 1백20명을 다룬다는 목표로 펴내고 있는 작가론 시리즈는 지금까지 80여종이 선보였다.올해 안으로 당초 목표했던 1백20권이 완간되면 제3세계 작가를 발굴하고 국내 작가들도 70,80년대 작가로까지 시대를 넓힌다는 야심에 차있다.
이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건국대 출판부는 세계의 주요 철학가들의 사상과 삶을 정리하는 50권짜리 『철학의 이해와 탐구』시리즈를 기획중이다.지난해 시리즈를 포함,모두 60여종을 펴냈던 건국대 출판부의 올해 목표는 80여종 출판에 15만부 판매.대학출판부로서는 활동이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서울대 출판부도전자출판시스템을 도입하고 신세대 문화를 진단한 이정호교수의 『포스트 모던 문화읽기』등 대중성을 갖춘 책을 펴내 대학출판사로는 드물게 94,95년 연속 흑자 를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간 3천여권을 펴내는 영국 옥스퍼드대나 1천7백권 정도 발간하는 케임브리지대 등에 비해 크게 미약한 수준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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