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 놀이방 들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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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만7세이하의 어린이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 지난 21일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찾은 K(36)씨.아내와 함께 아들(8세)과 딸(5세)을 데리고 오랜만에 공연장을 찾았다.고전음악은 어릴 때부터 들려주어야 한다고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출입구에 서 안내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해야 했다.
공연 도중 절대로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막무가내였다.그래서 하는 수 없이 입장권 2장은 환불도 하지 못한 채 아내와 아들만 들여보내고 딸과 함께 로비에서 TV모니터를 보면서 음악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지난 93년 『객석』3월호가 KBS홀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서울시향의 청중을 조사한 결과 10~20대가 전체 응답자중 53.5%로 가장 많았고 30~40대가 39%로 그 다음,50대 이상은 8%를 차지했다.
예술의전당 정기회원의 연령별.성별 분포를 보면 20대부터 증가추세를 보이다 7세 이하의 유아양육기에 해당되는 30대 초반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별표 참조> 반면 음악당을 제외한 서예관.미술관의 이용객은주부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따라서 예술의전당 등 공연장에는 젊은 주부들로부터 『놀이방 시설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쇄도하고 있다.최근 세종문화회관의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후5 시 40대 주부들이 많이 찾는 「금난새의 오페라 교실」은 연일매진사태를 보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제는 어린이 양육에 매달려야 하는 30대 초반의 주부들을 어떻게 관객으로 끌어들이느냐다.
최근 「미시족」들의 문화향수 욕구 증대에 따라 국립극장이 91년부터 대극장 로비 1층에 어린이 놀이방(정원 25명)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나마 예술의전당에서도 오는 9월초 음악당 맞은 편에 위치한 서예관 1층에 놀이방을 개설할 예정이다. 입장권을 소지한 부모가 데리고 온 초등학교 취학전 아동에 한해 개방될 이 놀이방은 37평 규모에 레고방.컴퓨터게임실.놀이공간을 확보하고 30여명을 수용할 계획.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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