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영 기자, 최은원(성균관대 영문 3년) 인턴기자
게임에 등장하는 여전사로 튜닝한 컴퓨터. 일반 마네킹보다 약간 작은 크기다. 일본의 웹사이트 ‘www011.upp.so-net.ne.jp/kat’에 가면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컴퓨터 튜닝’을 쳐보면 수천 개의 인터넷 카페와 사진, 정보들을 볼 수 있다. 튜닝 전문업체 피에스코 마케팅담당 박수제 대리는 “미들타워 케이스에서 빅타워(위로 높은 모양)로 유행이 바뀌고 있다”며 “내부 시스템을 볼 수 있도록 옆면을 투명 아크릴로 바꾸는 것도 대세”라고 경향을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누드 스타일은 얌전한 편. 우주선, 오디오 모양에 심지어 게임 속 여전사 마네킹 스타일도 있다. 얼핏 보면 ‘이게 컴퓨터야?’ 싶을 정도다.
직접 튜닝해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그 과정을 소개하는 열성파 몇 몇은 ‘튜닝 작가’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동호회 수준에 머물렀던 인터넷 카페는 전문 사이트로 성장하고 있다. 디자이너를 두고 튜닝을 대행해주는 업체도 생겨나 성업 중이다. 컴퓨터 튜닝 정보 사이트 ‘파코즈 하드웨어’의 경우 회원 수가 30만 명에 가깝다. 남다른 디자인을 원하는 네티즌들은 일본 업체와 접촉, 해외 구매를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에는 만화 캐릭터 형태가 인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열=가만히 두어도 잘 돌아가는 컴퓨터를 왜 뜯어서 희한한 모습으로 바꾸는 걸까. 이는 컴퓨터 튜닝을 단순히 디자인의 관점으로만 볼 때 나오는 반응이다. 컴퓨터 튜닝은 그저 튀는 모양새를 갖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특이하거나 예쁜 디자인의 이면에는 나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인터넷에서 ‘작가’로 불리는 서정화(34·회사원)씨는 말한다. “과장된 디자인에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발열과 속도)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것이죠. 개성 있는 디자인이 주는 만족감은 부수적인 효과일 뿐입니다.”
그는 홍익대 금속조형 디자인학과 재학 시절부터 컴퓨터 튜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알루미늄이 다른 금속에 비해 열전도성이 우수하다는 특성에 착안, PC 케이스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첫 작품 ‘발열 PC’를 만들기도 했다. 알루미늄으로 케이스를 씌워 세련된 느낌을 강조하고 내부의 열이 잘 발산되도록 한 것이다.
사실 컴퓨터 본체 내부에서 생기는 열 때문에 데이터 전송이 느려지고 CPU(중앙처리장치)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튜닝 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발열’이다. 이를 위해 발열성이 좋은 소재로 케이스를 만들고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 등 열이 나오는 부분에 팬을 장착한다. 튜브를 연결해 물을 집어넣기도 한다. 컴퓨터 튜닝 매니어 김용운씨는 “사용 용도에 따라 특히 열이 많이 발생하는 부위에 팬을 설치하거나 배기구를 뚫는다. 화려한 디자인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그 컴퓨터가 어떤 기능에 특화돼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초보자는 냉각 방식 이해부터”=컴퓨터 튜닝을 위해서는 우선 컴퓨터의 기능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냉각 방식에 대한 이해가 첫 번째다. 공기의 흐름을 통한 공랭 방식을 사용할지, 물의 흐름을 이용한 수랭 방식을 쓸지를 결정해야한다. 기름을 이용한 유랭 방식과 드라이아이스를 쓰는 방법도 있다. 취미로 튜닝을 즐긴다는 서연석씨는 “초보자는 냉각 시스템과 간단한 케이스 변형 정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며 “비용은 10만~2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혼자 튜닝할 자신이나 시간이 없다면 대행업체를 이용해보자. 가격은 기능과 디자인, 소재에 따라 몇 만원에서 수십 만원에 이른다.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전북 군산 새만금특별전시관에서 열리는 튜닝 전시회 콤투쇼(COMTUSHOW)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북디지털산업진흥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 전시회에서는 대형 수족관 컴퓨터, 타워형 컴퓨터 등 다양한 튜닝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주요 사이트
▶튜닝 커뮤니티
www.paradisetuning.net
www.parkoz.com
cafe.naver.com/thermaltake
▶ 전북디지털산업진흥위원회 튜닝 전시회 (www.cidt.or.kr/sub3/sub3-7.as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