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복권 수집-복권연구가 황유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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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우리나라 주부의 96%가 한번 이상 구입해 본 적이 있고,작년만 해도 20세 이상 성인 한명당 평균 10장 정도 산 것으로 알려진 복권.「재미 반,기대 반」으로 복권을 산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목돈을 만질 기회가 드문 서민들에게는 「기대」가 훨씬 크게 마련이다.그러나 이 일확천금의 기대를 깡그리 무시하고 오직 모은다는 일념으로 세계 80여개 국가의 복권 26만장을 모은 황유근(黃有根.57.복권연구가)씨는 누가 봐도 희한한사람임이 분명하다.
『돈도 안되는 걸 꾸역꾸역 모은다고 온갖 소리 다 들었어요.
복권을 수집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못알아 들어요.가족들까지 여태 저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니까요.지금도 주위사람들에게 미친 사람 취급받으며 살아요.땅뙈기 도 좀 팔아먹었고….』 경북 경주가 고향인 그가 복권을 모으기 시작한건 65년.우연히 한 백화점에 들렀다가 47년12월 발행된 액면가1백원 짜리 「올림픽 후원권」을 당시로서는 거금인 2만원을 주고 산게 계기가 됐다.해방 직후 어려운 나라 살림 와중에서 14회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발행된 이 복권으로 인해 복권의 공익성과 역사성을 절감,그때까지의 우표수집 취미가 복권으로 바뀌게 됐다는 것.뿐만 아니라 직업도 당시의 책가게에서 복권 판매상으로 변했고 이제는 명함의 직함을 「 아무도 알아주지않는」 복권 연구가로 써넣고 다닐 정도로 푹 빠져버렸다.
『88년 서울 올림픽은 외국복권 수집의 좋은 기회였어요.그 많은 나라를 어떻게 직접 다니겠어요? 경기장과 숙소를 돌며 닥치는대로 주소를 챙겼죠.그후 펜팔을 통해 각국의 복권을 모을 수 있었어요.』 69년10월4일이 추첨일로 1등 당첨금 3백만원,액면가 1백원인 주택복권을 비롯해 현재 판매되는 11가지 각종 복권 첫회분,40년대와 50년대 국내에서 발행된 애국복권.후생복권,70년대 극장식 복권,미국.러시아.브라질.아프리카 각 국의 복권과 북한의 인민복권 등은 그의 이러한 열정의 산물.또 조만 있고 번호가 새겨지지 않은 복권,반만 인쇄된 복권 등 잘못된 복권도 그가 아끼는 소장품이다.
『복권을 모은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뜸 이제까지 얼마짜리에 걸려봤느냐고 물어봐요.지난 복권을 모아서 하는 사은행사에서는 컴퓨터나 냉장고를 타봤지만 복권 추첨에서는 3만원 건진게 최고예요.돼지꿈도 꿔보고 고(故)박정희 대 통령 꿈도 꿔봤는데 안되더라고요.특히 즉석식은 문지르지 않은채 보관하기 때문에 됐는지 안됐는지도 몰라요.
다만 복권을 모으고부터는 한번도 아파본 적이 없어 돈대신 건강을 지켜준다고 확신하고 있죠.』대부분 복권이 문화재.조류.세계건축.자연 등 시리즈 형식을 취하고 있어 모아놓으면 학습자료로도 유용하다고 말하는 그는 국내 복권도 1~2회분은 수집가들사이에서는 20만~3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경제성이 있다고.그렇지만 정작 자신은 전시회나 한번 갖고 복권 박물관을 만들어 기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수집요령> 1.추첨식 복권의 경우 당첨되면 돈이나 복권으로바꾸면서 그 회분 낙첨복권으로 채워놓는다.
2.즉석식은 긁지 말고 모아야 가치가 있다.
3.오래된 복권은 서울 남대문 시장 옆 회현지하상가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지방의 경우 우표수집상에 가면 지난 복권을살 수 있다.
4.초보자는 한 두 가지를 지정해 시리즈나 조별로 수집하는 게 좋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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