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보이’ 오늘 황제를 넘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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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19·단국대)이 올림픽 8관왕을 노리는 마이클 펠프스(23·미국)와 정면 대결한다. 12일 중국 베이징 국가 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열리는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다. 박태환과 펠프스는 11일 열린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각각 2위와 4위로 결승에 올랐다. 두 선수는 12일 오전 11시16분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파워 스위밍 대 명품 수영=객관적인 평가에선 세계 최고기록(1분43초86) 보유자인 펠프스가 박태환을 앞선다. 펠프스의 체격은 1m93㎝·90㎏, 박태환은 1m83㎝·75㎏이다. 발 크기는 펠프스가 350㎜, 박태환은 270㎜.

타고난 체격을 바탕으로 펠프스는 파워 스위밍을 구사한다. 스타트할 때 점프 거리에서만 박태환을 2~3m나 앞선다.

펠프스의 주무기인 ‘턴’도 빼놓을 수 없다. 박태환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이 물 표면에서 단순히 벽을 차고 나가는 데 비해 펠프스는 턴 지점에서 물속 깊이 들어가서 벽을 차는 동시에 돌핀킥(발차기)을 한다.

박석기 전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 박태환은 턴을 한 뒤 7~8m 정도 나갔는데 펠프스는 같은 동작으로 10m 이상을 치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펠프스는 발차기를 강하게 하기 위해 2005년부터 역도까지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박태환은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명품 수영을 한다. 수영하는 감각과 기술은 오히려 펠프스를 앞선다는 평가다. 키가 작은 박태환으로선 출발대에서 점프 거리가 짧기 때문에 출발 반응 속도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자유형 400m 결승에서도 그는 스타트가 가장 빨랐다. 박 감독은 “스타트에 이어 부드럽게 물을 타는 능력은 박태환이 펠프스보다 낫다”고 말했다.


◇잠수함 대 보트=펠프스가 잠수함이라면 박태환은 보트(쾌속정)다. 펠프스는 머리를 물에 넣고 수영을 하면서 숨을 쉴 때만 머리를 내민다. 폐활량이 8500cc나 되고 잠영 거리도 10m를 넘는다.

펠프스의 양팔을 벌린 길이는 2m를 넘는다. 그만큼 스트로크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체구에 비해 다리는 무척 짧은 편이다. 가랑이부터 잰 다리 길이가 76㎝에 불과하다. 키가 1m82㎝인 미국 남성과 비슷한 수치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릭 한릭스 교수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체는 물속에서 가라앉으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다리가 짧은 편인 펠프스는 물에 더 잘 뜨게 되고 그만큼 저항을 적게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박태환은 이마를 수면 높이에 맞춰 물을 헤쳐 나간다. 일반 선수에 비해 폐활량이 큰 편(7000cc)이지만 펠프스에겐 못 미친다. 잠영 거리도 6~7m로 짧은 편이다. 결국 빠른 반응 속도와 순발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노련미 대 패기=23세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6관왕에 올랐다.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휩쓴 명실상부한 ‘수영 황제’다. 이에 비해 19세의 박태환은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발전하고 있는 ‘황태자’다. 4년 전 아테네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올림픽 8관왕에 도전하는 펠프스는 예선을 포함해 무려 20차례의 레이스에 나서야 한다. 하루에 결승전만 두 종목에 출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피로회복 능력이 뛰어나다지만 여러 종목에 나서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11일까지 2관왕에 오른 펠프스로서는 올림픽 최다관왕(8관왕) 도전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전날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홀가분한 입장이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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