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확대경] 박성화표 ‘소심축구’ 세계무대서 안 통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유도(최민호)-수영(박태환)-양궁(여자단체)으로 이어진 ‘주말 금 릴레이’에 환호하던 분위기에 축구가 찬물을 끼얹었다.

박성화(사진)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가 10일 밤 이탈리아에 0-3으로 참패해 8강 가능성이 멀어지자 축구팬들은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팬들은 “남은 경기든 ‘경우의 수’든 필요 없으니 당장 들어와라” “축구 예산을 수영·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에 돌려라”며 독설을 퍼붓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연간 6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부자 단체’다. 선수들은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어이없는 졸전으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다. 이번 이탈리아전 완패도 다른 비인기 종목들의 선전과 대비돼 뒷맛이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이번 졸전은 감독의 부족한 역량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해 허탈하기까지 하다. 박성화 감독은 2003년과 2005년 20세 이하 세계청소년대회 지휘봉을 잡았지만 16강전 탈락, 예선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마셨다. 그런 박 감독을 축구협회는 지난해 8월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을 맡은 지 보름 만에 빼내 올림픽팀을 맡겼다.

하지만 박 감독은 두 번의 청소년대회와 마찬가지로 ‘틀에 박힌 축구’로 또다시 실망을 안겨주었다. 철저한 선(先)수비-후(後)역습을 강조하며 수비지향적인 컬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카메룬·이탈리아 같은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상대에 쉽게 수가 읽혔다. 창의적인 축구의 부재가 컸다. ‘강자 앞에 지레 움츠러드는’ 소심한 면모도 문제였다. 올림픽팀은 그 동안 측면 돌파를 주 공격 루트로 하는 4-4-2 포메이션으로 조직력을 다져왔다. 그러나 이탈리아전에서는 수비 지향적인 미드필더 3명(오장은·기성용·김정우)을 중앙에 투입하는 4-3-3으로 바꿨고, 돌파력이 뛰어난 측면 미드필더 이청용을 전반에 기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탈리아는 헐겁고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한 한국의 측면을 마음껏 유린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박 감독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버리고 상대에 맞춰 ‘비기는 축구’를 시도하다 참패를 당했다.

박 감독은 올림픽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3연승을 거둬 조 1위로 8강에 가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실전에서 조금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이탈리아전 패배 이후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다소 떨어진 모습이었다. 선수들 잘못보다 전략이 잘못된 것 같다”며 패배를 인정한 뒤 쓸쓸히 경기장을 벗어났다.

친황다오=김현승 기자

[J-Hot]

▶ 연장 또 연장 끝에 혈투…김재범 빛나는 銀

▶ MB "시위자도 美쇠고기 먹지 않을까 싶다"

▶ 또 속았다! 개막식 女어린이 노래도 '짝퉁'

▶ "여기에선 한국말 하면 상류층입니다"

▶ 심권호 막말 해설 논란…뭐라 했기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