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결혼은 4년 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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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가 결승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졌지만 잘 싸웠다. 2001년 아시아선수권(개인) 1위와 2005년 세계선수권(단체) 1위에 이어 2006년 아시안게임(개인·단체)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남현희(27·서울시청·세계 4위)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는 세계 최강인 베잘리(34·이탈리아)를 맞아 1라운드에서 3-0까지 몰리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 나갔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투혼을 발휘해 3-3 동점을 만들었다. 쫓고 쫓기는 접전을 펼치다 경기 40초를 남기고 5-4로 승부를 뒤집어 우승에 다가서는 듯했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인전 2연패의 주인공이자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5회 우승의 관록을 자랑하는 베잘리에게 29초를 남기고 5-5 동점을 허용했다. 4초를 남기고 통한의 1점을 또 빼앗겼다. 5-6 남현희의 한 점 차 패배로 경기는 끝났다. 한국 여자펜싱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이래 44년 만에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은으로 장식했다.

경기가 끝난 뒤 남현희는 “세계 1위를 잡을 모처럼의 기회였는데 아쉽다. 1점 앞섰을 때 빠르게 경기를 끌고 가려 했는데 베잘리가 노련했다. 내가 아직 한 수 아래다. 앞으로 좀 더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선전한 ‘작은 거인’=지난해까지 남현희 프로필에는 ‘키 154㎝’로 나와 있었다. 올해 들어 그는 “0.7㎝가 자랐기 때문에 155㎝”라고 우겼다. 27세에 더 컸다니. 남들은 ‘작은 거인’이라고 불러도 그는 작은 키를 싫어한다.

99년 성남여고 2학년 때 국가대표에 뽑혔다. 그런데 “키가 작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밀렸다. 선발전을 다시 했는데 또 뽑혔다. 그렇지만 훈련 중 같은 이유로 대표팀을 나와야 했다. 공식적으로는 무릎 부상으로 알려진 까닭에 어머니(원선희)마저 “다쳤다는데 괜찮으냐”고 물을 정도였다. 아픈 건 무릎이 아니라 가슴이었다. 그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스피드였다. 빠른 풋워크로 상대를 교란한 뒤 허를 찌르는 ‘콩트르 아타크(반격)’를 주무기로 삼았다. 플뢰레는 몸통만 찌를 수 있다. 상대방은 작은 체구의 그에게서 찌를 곳을 좀처럼 찾지 못한다. 남현희는 “펜싱은 타이밍과 두뇌의 싸움이지만 승부는 스피드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을 노린다=체력만큼이나 경험이 중요한 종목이 펜싱이다. 남현희의 성격을 감안할 때 4년 뒤 런던올림픽에 도전할 것이 확실하다. 남현희는 2006년 성형수술 파문(국가대표팀 훈련기간 중 성형수술을 받은 일)으로 곤경에 처했으나 굴하지 않고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라 명예를 되찾았다. 눈앞에서 놓친 금메달을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가 칼을 접지 않으면 속 태울 사람이 있다. 펜싱(사브르) 선수인 남자친구 원우영(26·서울메트로)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서 결혼하자”고 했던 남현희의 약속이 4년 연장되기 때문이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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