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느긋한 일본 ‘30년 준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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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값이 비싸진 뒤에 하는 절약 캠페인과 30년에 걸친 꾸준한 에너지 대책-. 1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최근 일본의 유가 상승 충격 약화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의 에너지 대책은 거의 ‘냄비’와 ‘준비’의 차이를 보인다.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한은 해외조사실 고용수 팀장과 김진홍 차장은 똑같이 고유가를 맞이했는데도 왜 일본은 물가나 생산에 충격을 덜 받고 있는가를 집중 분석했다. 일본도 1970년대엔 유가가 두 배로 오른 경우 산업부문의 물가는 6~7%, 최종 소비부문의 물가는 2% 상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엔 이것이 각각 2.5%와 1%로 낮아졌다. 고유가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 효과가 30년 만에 절반으로 축소된 것이다. 우리의 경우 고유가의 영향으로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며 10년 만의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에너지 효율도 크게 높아져 생산활동은 계속 증가하는데도 일본의 석유 소비량은 80년대 후반 이후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일정 규모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보고서는 그 비결을 1차 오일쇼크(73~75년) 직후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일본 정부·기업의 장기적 에너지 대책에서 찾았다. 일본은 73년 자원에너지청을 신설하고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대체 에너지 개발, 해외 유전 개발 등 관련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다. 우리는 동력자원부가 있었지만 정부 조직 개편으로 상공부와 합쳐졌다. 고 팀장은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비중이 그때그때 바뀌다 보니 꾸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유가가 잠잠해졌을 때도 사회적으로 경차와 자전거의 이용을 장려한 일본의 정책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 효과를 냈다. 산업계에서도 철강·시멘트·제지·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20~ 50% 높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뒤늦게 대응하다 보니 승용차 홀짝제나 한 집 한 등 끄기와 같은 양적 절약 대책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 팀장은 “한국은 양적·물리적 절약에 역점을 두는 반면 일본은 생산과 소비의 희생이 없도록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간에 걸쳐 전략적으로 추진된 일본의 에너지 대책은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고 덧붙였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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