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증권사,'상담자'로 변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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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선거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증권사 객장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금리가 자금성수기라는 2.4분기에 들어 오히려 내림세를 보이니까 주가가 4개월에 걸친 지루한 바닥에서 탈출하는 듯한 모양을 보이고 있다.이번 은행 예금 지준율 인 하에 이어 수신금리까지 실세를 반영,내리기 시작한다면 확정금리를 받는 단기금융상품들은 그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풀린 돈이 어디로 갈지는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이 일시적 흥분을 안정된 투자수요로 착근(着根)시키는 작업은개별증권사의 성패는 물론 국내자본시장의 성장과도 직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문제는 지난 4년동안 줄곧 팔기만 해온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을 일시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
증권사들은 영업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 바람은 잠깐 불다가 잠잠해질 유행이 아니라 바닥 밑바닥에 흐르는 조류의 바뀜과도 비슷해 겉으론 평온하나 무서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 변화란 주로 이런 것이다.첫째 정치.경제 모든 분야에서 일방적 권위의 파괴.다양성의 인정이 일어나고 있다.둘째 세계화와 규제완화는 거부하기 힘든 추세다.셋째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자리잡을 것이다.넷째 삶의 질(재산.건강.환경 등)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정치나 사업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다섯째 시장(市場)은 정직한 참여자를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달라지고 있다.이들은「받는 사람 위주의 서비스」를 하는 증권사와 그 직원을 찾기 시작했고,사고 파는(buy and sell)단기매매에서 사서 보유하는(buy andhold)장기투자로 전략을 바꿀 생각이고,실물자 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증권사들의 영업자세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본다.우선 고객을 알아야 한다.고객의 투자목적.기간.재산정도.나이.직업등을 파악해 그에 맞는 투자조언을 해야 한다.이는 증권사 직원이주식집게(stock jockey)로서의 역할에서 상담사(financial counselor 또는 planner)로 변신해야함을 의미한다.
모든 고객이 무조건 높은 투자수익률을 원한다고 가정하는 것은착각이 아닐까.왜냐하면 높은 수익률에는 반드시 대가(높은 위험)가 따르기 때문이다.이제는 주식과 주식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은 다른 투자수단(예컨대 예금.채권.보험 등)과 경쟁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따라서 영업목표를 약정이나 수익률보다 예탁자산에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예탁자산이 증가하면약정 또한 늘어나게 돼 있고,다른 투자수단과 비교한 주식의 상대적 투자수익률은 어차피 나을 수 밖에 없다.결국 성공의 비결은 끊임없는 고객개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그것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할 수 있다.
권성철 본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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