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과열에 금리인상론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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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정부가 과열된 경기를 냉각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1분기에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르고, 통화량과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세도 계속 유지되고 있어 경기과열로 인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사전에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가능성=왕멍쿠이 중국 국가위원회 산하 개발연구소 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과잉투자와 인플레이션(물가수준의 지속적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 줄어 투자와 물가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 결정의 책임자도 아닌 왕소장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1995년 이후 금리 인상을 꺼리던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들어 기존 입장의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우샤오링 인민은행 부총재는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기준 금리를 넘어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상업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인상했으며, 이튿날에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투자를 제한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CSFB증권의 당타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곧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6~7월부터 18개월 동안 금리는 약 2%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과열 지속=각종 경기 관련 지표들이 계속 경기 과열에 대한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1% 미만의 증가율을 보였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4분기 2.7% 오른 데 이어 지난 1분기에도 2.8% 증가했다. 중국의 1분기 실질 GDP 성장률도 예상치(9.2%)를 뛰어 넘은 9.7%를 기록했다.

총통화(M2) 증가율은 2월 19.4%, 3월 19.2%로 인민은행의 목표치(17%)를 계속 웃돌고 있으며, 1분기의 가계 대출도 20.7% 늘어났다. 게다가 대표적인 과열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산업은 올 들어 172%, 시멘트는 133%의 투자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과열.인플레이션 완화 정책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 안팎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지난 2월 이후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급격한 정책 변화를 시도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현대증권 김태인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을 급작스럽게 막으려 한다면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 정부도 경제의 경착륙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도 인상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도 왕소장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급격한 정책보다는 투자를 제한하거나 수출 장려 정책을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것과 같은 점진적 정책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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