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北與南野' 수도권의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여남야(北與南野)」.4.11총선이 재편한 수도권의 새로운정치권 판세다.인천-서울-남양주를 경계로 위쪽은 파주만 빼곤 여당일색이고,남쪽은 야당지역이 많다.야당은 성남.안양.군포.시흥.안산.오산.평택.여주.이천 등지에서 승리했고 ,수원.광명.
부천에서도 선전했다.경계지역인 인천-서울축은 여당의 우세.총선이후 수도권에는 이처럼 과거에 없던 뚜렷한 「남북경계선」이 하나 새로 그어졌다.
그러나 경계선의 의미는 만만치 않다.비무장지대(DMZ)에서 불어온 북풍(北風),호남.충청의 남풍(南風),그리고 한바탕 장풍(張風)이 대결해 빚어낸 경계라기엔 선(線)의 굴곡이 너무 오묘하다.그렇다고 자족기능이 미흡해 살기 너무 힘 들다던 분당.일산 등 신도시,또 그린벨트 때문에 갖은 고초를 겪는다는 과천.의왕,하남.광주,구리 등지에서도 여당이 이긴걸 보면 정부정책의 잘잘못이 만든 경계도 아니다.또 같은 당의 「인물」이 남북으로 그렇게 차이가 날 수도 없으니 역시 사람 때문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개발기대」 때문일까.공교롭게도 여당은지금까지 수도권정비차원에서 개발을 유보 또는 억제하던 곳에선 이겼지만 슬슬 풀어주던 곳에서는 졌다.
우선 경계선인 인천-서울이 미묘하다.이곳은 수도권정비계획상 「과밀억제권역」,인구유발시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절대 안되는 지역이다.그러나 서울시민은 「향후 3년간 3만6천가구의 임대주택건설,선대책 후철거 재개발,영구임대주택 지 원액 인상,무주택근로자 융자증액,달동네 문제 해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소,도시영세민 생계비 보조인상 등」이라는 여당의 공약을 선택했다.노후아파트 재건축을 어떻게든 밀어붙이겠다는 후보는 더욱 쉽게 당선됐다.인천에는 신공항.항만.물류 단지.TV방송을 당 차원에서,지하철.해양관광단지.국제업무도시 등은 후보차원에서 무차별 공약했다.인천은 이제 여도(與都)가 됐다.
경계선 위쪽도 최근까지는 개발이 유보되던 곳.요즘 「성장관리권역」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없어 여전히 낙후지역이다.정부주도형 개발에 목마른 지역주민은 칼자루를 쥔 여당을 선택해 북방교류벨트를 만들고,관광농원.소규모 공단도 유치할 기대에 부풀어 있다.반면 경계선 남쪽은 이미 정부에 더 달랄게 없는 지역이다.투자가 더 돼 봐야 주민에게 이로울 것도 별로 없고,또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들이 알아서 투자할 이런 곳에서는 여당의 공약이 잘 먹혀들지 않은 듯싶다.
이제 수도권 전지역은 어쩔 수 없이 개발열풍에 휩싸이게 됐다.이제까지의 제동장치(수도권정비계획법)는 더 이상 힘이 없다.
우선 여당이 공약을 과거처럼 무시할 계제가 아닌게 총선공약을 공약화(空約化)하고 대선(大選)을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지자체 장(長)들도 요구가 많다.동북아시대에 걸맞은 국제도시를 위해서는 수도권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가 유행이고,경제인들은 규제완화 소리만 들리면 수도권시책부터 들고 나온다.꿈틀대던 수도권개발논리에 이번 총선이 불을 붙인 격이다.
문제는 개발효과를 압도할지도 모를 개발후유증.수도권을 풀 때우리 국토가 어떤 모습이 될지 생각해야 한다.하나 하나 부분으로는 효율이 극대화된 것 같은 일본의 수도권이 실상은 비효율.
낭비의 표본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일본식은 안되게 수도권을 풀어야 한다.지역이기보다는 국토전체를 보는 장기적 안목이 긴요하며,정말로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면 표는 좀 적게 나왔어도 서부수도권 종단축(西軸)을 중시해야 한다.서울-수원-안성의 경부고속도로축(中軸) 은 이미 비대화했고,동쪽(東軸)은 보전해야 할 곳이다.
여당의 딜레마는 뭐니뭐니 해도 몰표를 준 북부수도권이다.공약은 지키되 수도권도 살리는 슬기가 여당에 있을지 걱정스럽다.
(본사 전문위원.工博) 음성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