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주방장을 쉽고 편하게 만나는 방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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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 11면

30대 이상의 세대에게 어린 시절 가족 모임 외식의 단골 메뉴는 자장면이었다. 굵은 면발에 양파·돼지고기 다진 것과 함께 볶은 까만 소스를 얹은 것뿐인데, 그 빈약한 차림에 비해 맛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최고의 메뉴’로 꼽힌다. 물론 최후의 순간까지 계속되는 눈물 나는 갈등도 있다.

자장면에는 짬뽕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기 때문이다.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형편이 조금 나은 집의 외식 풍경에는 ‘칼’과 ‘포크’가 등장하지만 이 테이블에도 갈등은 존재한다. 돈까스를 먹을까, 오므라이스를 먹을까?

요즘은 어떨까. 아이들의 입맛은 예전과는 천양지차다. 음식 종류에 대한 입력 데이터 또한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다채롭다. 당연히 ‘외식’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이제 아이들은 ‘자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는다. 뷔페라는 형태의 상차림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펼쳐 놓고 격식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덜어 먹는 뷔페식 상차림이 우리 외식문화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수준이 높아진 온 가족의 입맛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는 공간으로서도 뷔페 레스토랑의 역할은 중요하다. 시루떡 한 조각씩으로 충분했던 아이들 돌잔치, 잔치국수 한 그릇으로 배가 그득했던 부모님 회갑잔치는 옛말. 한정된 공간이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입맛대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잔치에 초대한 주인장의 성실한 의무이고, 이 고민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바로 뷔페 상차림이다.

뷔페가 국내에 처음 소개될 때부터 지금까지 각종 크고 작은 주요 모임과 특별한 외식 장소로 우리 식문화 발전에 기여해 온 주인공은 특급호텔들이다. 뷔페 형태뿐 아니라 이탈리안·프렌치·중식 등 외국의 음식문화가 가장 먼저 도입돼 정착한 곳도 특급호텔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지금, 특급호텔들은 그 영역을 외부로 확장 중이다.

특급호텔의 외식사업 진출 형태는 공항, 컨벤션 센터, 대학 동문회관, 대규모 연구소 등 특정 공간의 사업 운영권을 획득·운영하는 것, 인기 있는 호텔 내 업장을 외부로 확장하는 경우, 전혀 새로운 컨셉트의 로드 숍을 개장하는 세 가지다. 웨스틴조선호텔의 델리 ‘베키아 에 누보’ 청담동·신세계 백화점 본점 입점, 그랜드하얏트호텔의 ‘하얏트 델리’ 갤러리아 백화점 입점, 인터컨티넨탈호텔의 펍 ‘헌터스 터번’ GS타워 입점 등은 두 번째 경우의 예다.

뉴욕 스타일 모던 비스트로 ‘그래머시 키친’, 국내 최초 하우스 맥주 전문점 ‘오킴스 브로이’, 테이크 아웃 전문점 ‘인더키친’ 등을 오픈한 웨스틴조선호텔과 역삼동 스포월드 2층에 리빙과 델리를 결합한 ‘에끌레어’를 운영하는 임피리얼 팰리스의 사례는 새로운 테마의 로드 숍을 선보인 경우다.

“시장을 확대하고 다양한 고객층을 형성하는 것, 이것이 특급호텔이 외식사업에 진출하는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외식사업본부장 박동현 상무의 말이다. “규모가 큰 모임일수록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특급호텔의 외식사업은 대형 연회·모임을 우선합니다. 수요는 늘고 있지만 특급호텔만큼 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으니까요.” 호텔 내외 영업장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박 상무는 ‘다양한 고객층 형성’이라는 두 번째 이유가 그 답이라고 말했다.

“호텔 레스토랑이 젊은 층에게는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정통을 추구하니까요. 대신 외부로 나간 영업장들은 호텔 내에서보다는 음식의 종류나 인테리어 등이 훨씬 캐주얼합니다. 도전적인 메뉴와 획기적인 이벤트도 많고요. 이 때문에 좀 더 넓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죠.”

특급호텔의 품격 있는 고급 서비스와 노하우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 유년 시절의 ‘외식’에 대한 기억은 무엇을 ‘최고’로 꼽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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