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나오는 '부동산펀드' 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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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개인들의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새로운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인 '부동산펀드'가 다음달 선보인다. 미래에셋 등 4~5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1호 펀드 발매를 서두르고 있다.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온 자산 운용사들이 아파트.빌딩.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간접투자자산운용법 시행령이 지난달 23일 발효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펀드가 2001년 도입된 리츠(부동산투자회사)및 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과 더불어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내다본다.

시중의 부동자금을 끌어들이는 물꼬를 틀 것이라는 시각도 많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해 수익 내기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타상품과 차이점=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은 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과 구조조정부동산에 투자하는 CR리츠만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부동산 간접투자의 꽃'으로 불리는 일반 리츠는 시행 3년이 지났는데도 한 곳이 출범하지 않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설립.공모.운용.배당.세제 등의 규제가 까다로워서다.

그러나 부동산펀드는 규제가 별로 없다. 회사를 만들어 운용하는 방식이 아닌 신탁형이다. 리츠 설립 때는 자본금 500억원(법 개정을 통해 25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 추진 중)이 필요하지만 부동산펀드는 이런 제한이 없다. 자산운용사가 펀드 규모를 마음대로 정한다.

현물출자도 가능하다. 땅을 가진 사람이 펀드에 참가할 수 있다. 차입.대여도 제한이 적다. 순자산의 두 배까지 돈을 빌릴 수 있고 펀드 자금을 개발사업에 대출할 수도 있다. 운용방식과 대상도 자유롭다. 직접 개발.임대사업을 해도 되고, 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처럼 프로젝트 금융(자금조달)으로 이익을 내도 된다. 자산유동화증권(ABS)등 부동산 관련 유가증권에 투자해도 괜찮다.

◆개인이 투자하려면=부동산펀드는 개인.기관투자가들에게 공모해 자금을 모은다. 공모 후에는 주식시장에 수익증권 형태로 상장.등록한다. 부동산펀드는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적이다. 시장 변화에 따른 가격 등락이 적다. 1000만~2000만원대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발매를 준비 중인 부동산펀드들은 연 7~8%의 수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상품은 다양하다.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원금보존형.일정수익보존형.절대수익추구형.고수익추구형 등이 선보인다. 펀드에 가입해 이익을 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공모 때 참여해 배당을 받는 것과 주식시장에 상장된 수익증권의 가격 변동에 따라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투자 기간 중 환매가 3~4년간 금지돼 중간에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재테크팀장은 "초기 펀드는 위험이 큰 개발사업보다 임대사업이나 ABS에 주로 투자할 것"이라며 "펀드에 가입할 때는 투자대상 물건의 수익성.환매 규정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부터 봇물=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한국투신운용.삼성투신운용 등 4~5개사가 첫 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맵스자산운용이 다음달 선보일 '맵스파이오니아'(가칭)가 부동산펀드 1호가 될 것 같다.

이 회사는 최근 6명의 부동산금융.자산관리.건설 전문가를 영입해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아파트사업에 프로젝트 금융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이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김승길 상품기획팀장은 "1호 펀드는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최소화할 방침"이라며 "연 7.5%의 수익률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은 서울 도심.강남 테헤란로 일대의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를 구상 중이다. 회사 측은 "안정성에 무게를 두어 임대가 잘 되는 빌딩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시세가 500억~700억원대이면서 공실률(빈 사무실의 비율)이 3% 이하인 역세권 건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걸림돌 적지 않아=꾸준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점과 전문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운용 주체가 부동산투자 경험이 부족한 자산운용회사이기 때문에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내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주요 투자대상인 대형 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져 목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최근 LG투신운용은 중국의 부동산을 투자대상으로 부동산펀드 1호를 발매하려다 보류했다.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리츠 등 다른 상품이 일반인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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