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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파일>아카데미 조연상 케빈 스페이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연기변신이 뛰어난 조연들을 지켜보는 재미야말로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이다.하지만 대개의 조연들은 주연을 향한 스포트 라이트에 가려있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은 케빈 스페이시(사진)는 가장 정당한 평가를 받은 사람이다.그의 작품은최근 출시된 『유주얼 서스펙트』(95.스타맥스)『세븐』(95.
폭스)을 비롯,이미 여러편이 출시됐다.
우선 노라 애프런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칼 번스타인과의결혼생활을 토대로 쓴 소설을 영화화한 『제2의 여인』(86.CIC).스페이시는 지하철에서부터 여주인공 메릴 스트리프를 쫓아와 보석을 탈취하는 강도다.비록 단 한장면이지만 그의 눈빛과 몸짓은 수많은 인파속에서도 금방 눈에 띌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직장여성의 성공과 사랑을 그린 마이크 니컬스 감독의 『워킹걸』(88.폭스)에선 차안에서 마약을 흡입하고 샴페인을 마셔대며여주인공 멜라니 그리피스를 유혹하는 비즈니스맨으로 눈길을 끌었다. 3대간의 끈끈한 정을 묘사한 게리 데이비드 골드버그의 『황혼』(89.CIC)에서 스페이시는 이례적으로(?) 보통 사람으로 나온다.심장발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문안하러 고향을 찾은주인공 테드 덴슨의 매형으로 주식시세를 묻고 가방을 들어다주는무던한 소시민.
그러나 제임스 폴리 감독의 『글렌게리 글렌로스』(92.스타맥스)에선 자기보다 나이 많은 영업사원들을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상사로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
필립 카우프만의 『북회귀선』(94.CIC)에선 달변의 작가 오스먼으로,블랙 코미디인 조지 후안의 『벼랑끝에 걸린 사나이』(94.스타맥스)에선 성공을 위해 물불 안가리는 영화사 부사장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연기했다.
반대머리에 약간 살이 오른 체구로 머리좋고 광적인 악한 연기에 일가견을 보이는 스페이시가 남우주연상을 탈 날은 언제일까.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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