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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씨 법정진술 태도 돌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비자금사건 공판이래 지금까지 시종 다소곳하던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1일의 4차공판에선 재판장과 설전(舌戰)을 펼치는등도전적인 모습으로 법정태도가 표변했다.
盧씨는 답변도중 재판장(金榮一부장판사)으로부터 『그런 식으로답변하지 말고 「모르겠다,대답못하겠다」라고만 하라』는 제동에 『꼭 그런 규정이 있느냐.검찰이 판단을 요하는 질문을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라며 목청을 높여 정면으로 대들었 다.
재판장이 『아는대로 대답하라는 뜻』이라며 다시 한번 주의를 촉구했는데도 盧씨는 지지않고 『답변은 내 소신대로 하는 것이지재판장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맞받아쳤다. 盧씨는 이밖에도 검찰신문에 시종 신경질적이고 퉁명한 어투로 『검찰 조사에서 처음 들었다』『들은 바도,아는 바도 없다』등으로 부인하거나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내가 답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강한 어조로 반발하기도 했다.
盧씨는 그러나 80년7월말 전두환(全斗煥)씨의 대통령추대 과정을 설명하며 『최규하(崔圭夏)대통령의 간곡한 권유에 (全씨가)여러차례 극구 사양했다』『옆에 계신 이분(全씨 지칭)께서 벅찬 운명에 격한 나머지 눈물을 많이 흘렸던게 눈에 선하다』등 차분하게 全씨를 두둔하기도 했다.
盧씨는 비상계엄확대 전의 계엄상태를 「물계엄」이라고 표현했고全씨를 「친한 친구」라고 부르며 『친구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싫어 김대중(金大中)씨 감형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盧씨에 대한 신문이 모두 끝나자 옆에 있던 전두환(全斗煥)씨가 『수고했다.잘했다』며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하는등 격려했고 주변의 다른 피고인들도 盧씨와 악수를 나눴다.
김상우.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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