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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꿈의여정 50년 칸타빌레] 124. 요즘 가족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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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4년 열린 데뷔 45주년 기념공연에서 카밀라(左)와 함께 무대에 선 필자.

 둘째 딸 카밀라는 어린 시절부터 웨딩에 관심이 많았다. 차곡차곡 모아온 자료를 토대로 웨딩 사업을 벌일 정도로 사업가적 기질이 풍부하다. 카밀라는 어찌 보면 나와 제 아버지의 좋은 점만 갖고 타고 난 아이다.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은 나에게서, 사교적이고 유머러스한 비즈니스 감각은 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

자신이 패티 김의 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큰딸 정아와 달리 카밀라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낸다. 얼마 전에는 한국인 2세 커플의 웨딩플랜을 맡게 됐는데, 자신이 패티 김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신부는 물론이고 그 부모들까지 엄청나게 반색을 하는 바람에 놀랐다고 한다.

결혼식 관련 에피소드도 있다. 정아는 내가 “엄마 지인들까지 다 초대할 수 있는 결혼식을 하자”고 애원하다시피 했는데도 “엄마 결혼식이 아니라 내 결혼식이니 내가 원하는대로 하고 싶다”라며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푸에르토리코의 작은 섬에서 가까운 친지와 친구만 초대해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이것을 두고두고 서운해 하는 것을 본 카밀라는 “엄마 소원을 다 풀 수 있도록 결혼식을 두 번 하겠다”는 엉뚱한 말로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카밀라는 자기 결혼식에 가수 패티 김의 하객이 북적대도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카밀라는 엄마와 함께 가수로 데뷔해 활동할 생각까지 했을 것이다.

사실 카밀라는 내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당시 매니지먼트를 해주었던 기획사의 사장이 일본에서 가수를 할 것을 권유했을 정도로 연예인 기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 17살이었던 카밀라를 데리고 일본에 공연 갔을 때 그런 얘기를 처음 들었는데, 그때 카밀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들은 척도 안 했다. 그러더니 대학생이 돼서는 갑자기 가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때 바로 가수를 허락해주었더라면 지금쯤 카밀라는 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때 나와 남편은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가수가 돼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학업을 마치도록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상당히 늦은 나이에 가수로 데뷔한 카밀라는 결국 한국 연예계에 실망하고, 몇 년 만에 스스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남편 아르만도는 기발하다. 건축가에서 사업가로 변신하더니, 이번에는 오랜 세월 준비해온 자전소설 『레드 벤츠』(출간 예정)를 집필 중이다. 일흔의 나이(동갑이지만 나보다 생일이 늦은 남편은 자신이 6개월 연하임을 강조한다)에도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다. 카밀라도 제 아버지만큼 엉뚱하다. 무엇을 하든 그 결정이 미덥고 걱정되지 않는 정아와는 또 다르게 카밀라는 또 어떤 변신을 할지 늘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되는 아이다.

패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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