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자, 동유럽으로"…기업들 物流·생산시설 확충 서둘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오는 5월 1일 유럽연합(EU)에 중.동유럽 국가 10개국이 새로 가입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방대한 유럽시장에 더욱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상실하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전자.자동차.화학 등 국내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업체들은 일단 새로운 물류기지와 생산기지 확보를 필수 과제로 꼽았다.

◇생산기지 확보 분주=동유럽에 이미 공장이 있는 기업은 생산물량을 늘리고 제품군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으며, 공장이 없는 기업들은 새로 생산기지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잡아놨다.

삼성전자는 기존 영국과 스페인의 생산라인을 줄이는 대신 이 곳에서 생산하던 제품의 상당수를 헝가리. 슬로바키아로 옮겨 생산한다고 최근 밝혔다.

폴란드에 공장을 갖고 있는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대대적인 라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산물량을 늘리고 첨단 제품군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최근 슬로바키아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현대 모비스 등 부품업체들도 기아차와 함께 슬로바키아에 진출한다.

SK케미칼은 동유럽의 소비재 분야가 앞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럴 경우 물량이 늘어날 페트병 소재 폴리에스테르 칩 공장을 짓고 있다. 효성도 동유럽에 스판덱스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왜 중.동유럽인가=무역연구소 신남석 연구위원은 "중.동유럽은 인건비가 서유럽보다 훨씬 싸면서도 서유럽과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 비용이 적게 든다"며 "이곳에 생산기지를 만들 경우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체코의 인건비는 독일의 약 5분의 1이다. 관세혜택도 받을 수 있다. EU 가입으로 유럽간 거래 때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서유럽에서 팔 물건을 동유럽 생산공장에서 만들 경우 14~20%에 달하는 관세를 줄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동유럽의 EU가입과 기업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컬러TV 등 비유럽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은 현지 생산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와 마쓰시타 전기, 독일 폴크스바겐, 프랑스 푸조와 미쉐린 타이어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수년 전부터 동유럽에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중.동유럽의 소득 수준도 올라가 자체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EU 가입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앞으로 연평균 4~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소비재.정보기술(IT).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KOTRA 김선화 구주지역본부 부장은 "환경.노동.식품위생 규제가 EU 수준으로 엄격해진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공업과 섬유 분야에서 유럽 외 수입이 동유럽 수입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점도 한국 기업들에는 위기다. 또 외국인직접투자(FDI) 인센티브가 축소되고, EU의 반덤핑 조치 등 각종 수입규제 조치가 중.동유럽으로 확산되는 점도 부정적 영향이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