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南北 당국자 대화 고수해야 하나-當局 회담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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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늘의 북한정권 특성으로 보아 남북관계개선의 실마리는 먼저 당국(정부)간 회담을 통해서만이 올곧게 풀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그 연유는 다음 세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이유로는 1인 우상화체제의 폐단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金正日)은 신격화(神格化)붕괴를 우려,남북한 민간인들의접촉.교류를 차단할 수밖에 없다는데서 당국간 대화건,민간 대화건 허락할 수 없도록 돼 있다.그래서 북한은 양 측 주민들간의접촉.교류로 확대될 수 있는 당국간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측이 받아들이지 못할 「제정당(諸政黨)사회단체 연석회의」「대민족회의」「범민족회의」「전민족회의」같은 것들만을 대신 내밀고 있다.
만약 한국정부가 당국을 제외시킨 북한측 주장을 수용한다면 북한은 그 기회를 이용해 1948년4월에 그랬던 것처럼 주한미군철수를 비롯,남한체제 와해를 위한 선전무대로 악용하고 나설 것이 뻔하다.이러한 북측의 연석회의 또는 민족회의 주장은 민족동질성 회복이나 교류협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오직 남한의자유민주체제 기반을 흔들고 대북불신만 고조시키는 결과밖에 안된다. 둘째,북한에 관한한 순수한 의미에서의 다(多)채널 민간접촉교류란 있을 수 없으며 단지 노동당 남조선공작책에 의한 지령에만 따를 뿐이라는 점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일부 남한주민들은 민간교류가 비록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에 의해 관리 된다 할지라도 북녘 사람들과 계속 접촉하게 되면 그쪽에 동족애와 자유사상을 묻어들게 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은 어떤 형태의 민간교류도 북한사회에 자유바람을 스며들게 한다는 위험성을 남한보다 더 잘 알고 있다.때문에 북한은 민간교류에 응할 턱이 없고,위장된 민간단체를 내세워 남한파괴공작으로 나설 것이다.
80년대의 「평축」,90년대의 「범민족대회」 강행으로 말미암아 한국사회가 그 당시 얼마나 분열됐고,갈등대치돼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던가를 상기하지 않으면 안된다.북한이 지난해15만의 쌀을 남한으로부터 구걸해가면서도 기어코 「당국」간 대화형식을 기피했고,지금도 기피하고 있는 저의 또한 남한정부를 화해의 대상이 아니요 타도와 대결의 표적으로 삼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표출한데 바탕했다.
셋째,남한이 북한의 고집대로 당국간 대화를 양보하고 민간교류로 끌려간다 해도 그것은 남북관계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하고,도리어 양측관계를 해친다.남한의 순진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북한은 민간인들간의 접촉을 허락할리 없으며,그 들이 접촉하는 남쪽의 정치인.기업인.종교인.문화인들을 김정일 우상화와 남한사회 교란의 매개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용당해온 것이 지난 반세기의 남북관계사였다.거기에 재미를 본 북한은 남한과의 진정한 관계를 계속 거부하며 사술(詐術)에 의한 장난에만 매달리게 되었다.
이 못된 버릇을 고쳐주고 민족관계를 정상의 궤도위에 올려놓기위해서도 남은 북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그런 맥락에서 당국간 회담을 먼저 열어 엉뚱한 짓을 못하도록 못박고 난 다음 다채널 교류로 임하는 게 수순이라 믿는다.
정용석 단국大정경대학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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