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서가] '벤처산업, 이제부터 시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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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 "좋은 제품보다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죠." 회사 사장의 이야기중 가장 머리에 남는 말이다. 신기술과 좋은 제품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벤처산업에 뛰어든 많은 기업가에게 이 말보다 제품홍보의 중요성을 표현한 말이 있을까.(욱성전자)

#2 설레는 마음을 안고 사무실을 들어서니 회사는 ERP의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고 있었다. ERP란 전산화를 통해 재고.회계.영업.생산 등 여러 분야에서 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주는 소프트웨어다. 특히 섬유업종은 제조와 유통이 결합돼 있어 ERP가 필요하다. 회사는 바로 이 같은 섬유업계의 틈새시장을 공략했다.(이포텍스시스템)

#3 회사는 EMS를 도입해 꾸려나가고 있었다. EMS란 제품설계에서부터 부품조달.물류에 이르기까지 생산에 관련된 전반적인 서비스를 도맡아 해주는 것을 말한다. EMS 도입으로 회사는 신제품개발 속도가 빨라졌고 생산설비 투자부담을 줄였다.(트루윈테크놀로지)

목원대 경영학과 이규상 교수와 그의 제자들의 벤처기업 탐방기다. 벤처기업의 경영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감상이 책으로 나왔다. '벤처산업, 이제부터 시작이다'(대경, 1만7000원). 李교수와 제자들은 벤처기업 사장이나 임원들을 만나 질문하고 기록한 것을 묶으며 우리나라 벤처사업의 장래 방향을 제시했다.

李교수는 "우리나라 많은 사람이 벤처기업을 마치 유행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크게 잘못된 시각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육성 없이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높일 대안이 없다. 벤처야말로 지금이 시작이다. 거품도 걷혔으니 새롭게 출발할 좋은 시기다"라고 밝혔다.

필자들은 한국 정보기술(IT)산업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찾았다. 우리의 이동통신 방식(CDMA)을 꽃 피우는 데 근본적인 영향을 준 핵심 기관이라고 평했다. 필자들이 만난 사람들은 바로 ETRI 출신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렇게 호소했다.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많은 벤처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견뎌온 벤처기업은 그 성장가능성이 검증된 것이라고 봐도 타당하다. 이를 어떻게 성장시키느냐가 21세기 초 산업의 핵심과제가 돼야 한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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