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의혹'여전한 전국구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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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각 정당의 전국구후보명단을 보면 이런 제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과연 있겠느냐 하는 새삼스런 의문에 빠진다.
지역구에 나가면 떨어질 게 뻔한 사람,다른 정당에서 낙천(落薦)한 사람,정당보스의 측근,상당기간 현실적 역할이 없던 사람…등이 상당수 당선안정권에 포함돼 있고,특히 이른바 「전국구(錢國區)」냄새가 나는 인물도 더러 보인다.왜 그를 국회의원을 시켜야 하는지 의심스런 사람이 많다.
원래 전국구제도는 국회의 직능대표성을 보완하고,지역적 기반이없는 전문가와 전국적 인물의 국회진출 길을 열어주자는데 뜻이 있다.그러나 현실은 정당수뇌부가 밀실에서 기준과 원칙이 뭔지도모르는 인선(人選)을 통해 사실상 국회의원을 임명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구의원도 국회의원인 이상 당연히 국민을 대표할 수 있어야하고,국민편에서는 그들을 통해 「대표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각 당의 인선은 국민보다는 정당편의,특히 정당보스의 편의에 따라 이 뤄진 인상이다.국민이 이런 인선내용을 보고 과연 스스로가 「대표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준이나 원칙없는 인선이 되다 보니까 당내부에서부터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누가 봐도 들어갈 수 없는 인물이 들어가고,엉뚱한 인물이 상위서열을 차지하니까 항의소동이 벌어지고,당료들이 불복(不服)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돈과 관련해 이번에도 불미스런 일이 없는지가 관심사다.
지역기반이 약한 재력가(財力家)들이 상위서열에 포진한 경우가 여럿 보이는데 이들이 과연 대가없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까.뒤늦게 돈을 냈느니 안냈느니 하는 추문이 안나올는지 모르겠다.
각 정당이 이처럼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전국구제도를 이용하는 이상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우리의 생각이다.정당투표제를 신설해 직접 국민신임을 묻는 등의개선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정당보스의 영향력 강화와 그에 따른 사당성(私黨性)강화만 초래하는 현행 전국구운영방식은 이번으로 끝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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