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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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바람 한 점 없이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날엔 눈이나 목이 따가워집니다. 그런 날이면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오존(O3)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강한 자외선을 만났을 때 만들어집니다.

오존은 산소 원자 세 개가 모여 이룬 물질입니다. 19세기 중반 독일의 화학자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쇤바인이 처음 발견했습니다. 전기방전 실험을 하다 공기 중에 냄새가 나는 약한 보라색 기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본 것입니다. 그는 이 기체에 ‘냄새 난다’는 뜻의 그리스어 ‘ozein’에서 딴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오존은 지구상의 위치에 따라 세 가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도시 공기 속의 오존은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입니다. 미생물을 죽일 정도로 강력한 산화력 때문입니다. 오존이 수돗물 소독제로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니 공기 중의 오존을 그대로 들이마실 경우엔 호흡기에 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10~50㎞ 상공의 성층권의 오존층에서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역할을 합니다. 바로 태양의 자외선을 걸러주는 역할입니다. 태양의 자외선이 그대로 지구 표면까지 도달한다면 개구리 같은 동물이 피해를 보고, 식물플랑크톤도 제대로 못 자랍니다. 사람들도 피부암에 걸리는 피해를 보게 됩니다. 오존층이 없다면 수영장에서 마음놓고 피부를 드러낼 수도 없을 것입니다.

지표면에서 10㎞까지의 대기권에서 오존은 온실가스로 작용합니다. 바로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와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의 원인입니다.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는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바뀌어 우주로 되돌아갑니다. 그런데 오존이 이 중간에서 이 적외선을 흡수합니다. 그래서 지구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죠.

올 들어 전국 곳곳에서 오존주의보가 55차례나 발령됐습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발령 횟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자동차 배기가스 같은 오염 발생을 강하게 규제한 덕분으로 보입니다. 요즘 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의 대기오염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런 규제가 필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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