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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미분양에 ‘줄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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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저녁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아파트엔 날이 저물었는데도 불 켜진 가구가 많지 않다.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의 경우 전체의 10% 이상이 미분양된 데다, 잔금을 제때 못 낸 계약자도 많아 실제 입주가 이뤄진 가구는 절반에 그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현재 부산시 기장군에 조성되고 있는 정관 신도시. 415만㎡에 모두 2만8747가구가 들어선다. 4개 단지 3324가구의 첫 입주가 11월 시작되지만 건설업체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단지에 따라 최고 40%가 미분양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 기존 계약자들 가운데 잔금을 못 내 실제 입주자는 더욱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29일 오전 서울의 B건설회사. 대구에서 올라온 일용직 10여 명이 이 회사의 협력업체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일한 아파트는 올 3월 완공됐지만 700여 가구 중 30%인 210가구가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이 회사 주택사업본부장은 “미분양으로 630억원가량의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미분양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돈줄이 마르면서 부도업체가 늘고 있다. 지방일수록 심각하다. 이 여파가 다른 분야로도 확산돼 국내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약 13만 가구에 이른다. 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경기실사지수는 이달에 51.7(기준 100)로 2001년 이후 최저다. 올 상반기 부도 업체는 180개로 지난해 동기(125개)보다 44% 늘었다. 자진폐업까지 합치면 718개에 달했다. 2006년 한 해 수치(534개)를 훌쩍 넘어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업체들은 당장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설회사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56%에서 올 3월 168%로 높아졌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실장은 “외환위기 때 못지않은 불안감이 업계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불황까지 겹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가 미분양 해소에 주력하고 신규 투자를 자제하면서 올 들어 투자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5882억원 줄었다.

일자리도 줄었다.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비중이 2003년 8.2%에서 지난달 7.8%로 떨어졌다. 미분양이 심각한 부산과 대구에선 건설 일용직 감소로 1년 새 취업자 수가 각각 2만4000명, 2만 명 줄었다. 건설취업사이트 콘잡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산업 채용인원이 3만588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6만3384명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자연히 주택공급량도 줄어들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주택건설 실적은 11만1627가구로 지난해 연간 실적(55만5792가구)의 20%에 불과하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가량 되고 고용효과가 큰 건설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내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안장원·함종선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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