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따기' 공연, 여기서 간편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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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공연 티켓은? 정답은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www.bayreuther-festspiele.de)이다. 매년 7월 25일부터 8월 28일까지 바그너의 오페라만 10여편 상연하는 ‘바그네리안의 성지(聖地)’다. 바그너 애호가라면 평생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바그너 음악의 메카다.

2008년 시즌 바그너 페스티벌의 티켓 가격은 14∼225 유로. 2만 2400원에서 36만원까지다. 티켓을 구하기 힘든 것은 표값이 비싸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바이로이트에 도착한다면 극장 앞에서 ‘티켓 구함(Suche Karte)’이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거나 암표를 구입한다면 몰라도 액면 가격으로 티켓을 구입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현재 ‘니벨룽의 반지’4부작 중 한 작품에 대한 암표는 eBay에서 1296유로(약 208만원)에 나와있다. 암표 구입을 방지하기 위해 티켓 구입시 신분증 번호와 사진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암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09년 음악제의 티켓 예매는 오는 12월 16일부터 시작된다. 티켓을 처음 구입하는 사람은 오는 9월말까지 서면으로 신청해야 한다. 이메일이나 팩스 신청도 받지 않는다. 인터넷 예매는 아예 불가능하다. 이전에 티켓 예매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우편으로 신청서 양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올해 예매를 신청해서 내년 티켓을 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좌석은 한정돼 있는데 엄청난 사람들이 예매를 신청하기 때문이다. 매년 30회 공연에 5만 4000장의 티켓이 나오는데 50만명 이상이 신청서를 보낸다. 자기 소개와 함께 바그너를 왜 꼭 봐야하는지 이유에 대해 독일어로 써 내야 한다. 이 자료를 컴퓨터로 입력한 다음 국적, 지명도,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도 등으로 분류한다. 확률상으로 보면 5년만 기다리면 티켓을 구할 수 있지만, 추첨에 의한 것이므로 영영 티켓을 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바이로이트의 친구들’에 가입한 회원들에겐 우선권을 주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최소한 7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지금 예매 신청서를 보내면 2015년에나 관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생생한 현장감은 좀 덜 하겠지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공연 실황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27일 오후 4시(현지시간)에 막이 오른 오프닝 공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부터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증손녀 카타리나 바그너(30)가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의 공연 실황을 단돈 49유로(약 8만원)으로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49유로는 영상 제작비와 저작권 구입에 따른 비용이다. 물론 선착순 1만명에 한해 볼 수 있다. 현장에 있는 관객들이 인터미션(중간 휴식) 때 극장 바깥에서 아이스크림과 맥주로 졸음을 쫓는 동안 전세계 네티즌들은 인터미션(중간 휴식)때는 생생한 백스테이지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분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가수들, 땀을 닦아내며 물을 마시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웹 상에 올렸다. 공연 실황은 바이로이트 시청앞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됐으며, 시차 때문에 실시간으로 보지 못한 전세계 네티즌들을 위해서 8월 2일까지는 영상물을 내려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베를린의 영상 제작업체 유나이트 모션 사가 실황 영상을 제작했다. 극장 안에 리모콘으로 자동 조절되는 카메라 8대를 설치했다. 공연과 리허설을 통털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비디오를 제작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며, 객석에 관객들이 꽉 들어찬 상태에서 공연 실황을 비디오에 담은 것은 개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제작진에서는 이미 몇년전부터 전석 매진이 됐기 때문에 좌석을 뜯어내고 TV 카메라를 설치할 수가 없어 약간의 애로를 겪었다고 털어 놓았다. 공연 실황은 편집 과정을 거쳐 오는 11월 DVD로 전세계에 출시될 예정이다. http://live.bayreuther-festspiele.de/live.html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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