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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엔 '총선 파장' 미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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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7대 총선으로 '신(新)여대야소'구도가 형성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16일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17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투표 전날보다 8.8원 올랐다. 채권시장에서도 총선 전날보다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0.05%포인트 하락해 4.6%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날의 주가하락과 환율 급등은 선거 결과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라 급락한 해외시장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 중 상당수는 어느 당이 승리하든 금융시장에 충격은 없을 것이라던 총선 전 예상이 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변수에 주가 하락=이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656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내용을 보면 순매도였다.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이던 하나은행 지분을 사들인 부분인 8447억원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188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는 전날 아시아 증시 전체에서 정보기술(IT) 업종이 큰 폭으로 하락한 여파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실장은 "국내 증시는 휴장이어서 여파가 하루 뒤늦게 나타났다"면서 "미국 나스닥지수가 2000선 직전까지 내리는 등 세계증시가 흔들리면서 외국인이 팔자에 나섰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어느 당이 승리하건 증시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지만 선거가 끝났다는 점에서 정치의 불확실성이 상당폭 제거됐다"면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국회가 안정을 되찾는다면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날 하락한 것도 정치적 영향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정보기술 업종이 큰 폭으로 올라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안전무의 해석이다.

미국의 금리도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투신운용 정원석 채권운용본부장은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은 소비 확충보다 비용 상승에 따른 부분이 크다"면서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경기가 실질적으로 좋아지기 전에는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 오재열 연구원은 "경기가 확장기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됨으로써 상승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외국인이 사상 최고 규모인 1만3265계약의 선물을 순매도한 것은 향후 증시에 대해 조정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며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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