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은 민노총 노동계 주도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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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이영순 민주노동당 17대 총선 당선자가 16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방문 항의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 성공은 노동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우선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를 주도하고, 과격한 장외 투쟁은 다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16일 "국회에 교두보를 확보한 민주노총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특히 환경노동위에는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민주노총 출신 의원들의 활동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영길 민노당 대표는 지난 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민주노총과 정례 정책협의회를 열고 실질적인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민주노총과의 협력을 강조해 왔다.

민노당은 이미 다른 당에 비해 파격적인 노동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직대책실장은 "민노당을 통해 제도권 안에서 활발한 입법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공무원노조법.비정규직 보호법 등 17대 국회 개원 후로 처리가 미뤄진 노동관련 현안을 놓고 국회에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정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말 산하에 석.박사급 연구원 4~5명을 둔 정책연구원을 출범하고 노동자의 입장을 반영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 분위기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월 취임 직후 "총선 후 여건이 만들어지면 노사정 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민노당의 정책과 강령에는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등 시장경제 체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여당 내의 진보세력과 공조하면 자칫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는 노동계를 대변할 세력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만큼 불법 파업 등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녹색사민당을 만들어 총력 지원전을 펼쳤음에도 원내 진출에 실패한 한국노총은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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