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시민 통행권 보장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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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임금협상을 둘러싼 시내버스 노사간의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다.만일 적절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으면 20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6대도시의 시내버스가 전면적으로 운행이 중단될지도모른다.특히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계층이 대중교통 수단 이외에는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없는 「교통약자(弱者)」이며,또 이들의통행목적도 대부분 등교통행이나 생업에 종사하기 위한 출근통행이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오늘날 시내버스 회사의 운행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이 가운데 시내버스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큰 요인은 자동차 증가에 따른 도로소통여건의 악화다.이로 인해 신속성 저하,정시성(定時性)상실,배차간격 미준수 등 버스경쟁력이 저하 됐다.그래서많은 승객이 버스를 외면해 결과적으로 수입금 감소에 따른 경영난 악화를 초래했다.
시내버스 요금도 물가관리 차원에서 공공요금의 억제정책에 따라규제되기 때문에 적정한 원가보상이 어렵게 돼 있다.최근에는 버스업계의 사정을 호소하기 위해 일간지에 광고까지 실었다.주요 골자는 버스요금의 현실화,버스전용차로의 확대,공 영주차장의 확대,그리고 시내버스 육성기금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요구다. 이런 요구가 수용되면 시민의 편의와 수송의 효율성 위주로 노선을 개편해 공익사업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앞서 제시된 여건들이 충족된다 해도 시민을 위한 시내버스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선 몇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첫째로 통행권은 기본적인 권리로 개인의 경제적 또는 신체적 여건에 맞는 교통수단이나 서비스수준을 접할 수 있도록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임금협상 때마다 「운행중단」에서 시민의 통행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업체나 노조의 노력도 필요하다.파업에 돌입하면 설령 협상수단으로유효할지는 모르나 버스문제의 근원적 해결수단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파업 많기로 유명한 파리 지하철의 경우도 규정에서 명시된시민의 최소 운행서비스 보장을 위 해 출퇴근시간대 파업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현행 버스운행권역을 몇개로 나누고 해당 권역별로 노선을 공동으로 관리하려는 노선공동관리제 실시가 시민에게 얼마나 혜택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노선공동관리제는 버스노선 개별회사의 소유개념을 없애 그간 문제로 지적되던 특 정지역에의 노선집중,장거리노선,굴곡노선 등을 제거해 업체간 수입금을 균등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업체의 참여를 가능케 한다.그러나 이제도로 수입금의 균등화는 달성할 수 있으나 시민편의가 대폭적으로 증진되는 획기적인 노선개편안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따라서시민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노선체계 개편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시내버스 요금에 대한 정부규제에 관한 사항이다.대중교통의 요금인상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됐다.특히 서민계층이 이용하는 버스요금 인상은 곧바로 서민가계에 부담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억제해왔다.
하지만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가격설정을 고려하면 어느정도의 요금현실화,즉 운송원가를 반영할 수 있는 요금인상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 열악한 근로여건의 개선도 가능하리라 본다.그러나 적정한 가격설정을 위해서는 그간 자료의 신뢰성에 문 제시되던 시내버스의 운송수입금및 비용자료에 대한 객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여하튼 시내버스 노사대립으로 시민의 발을 묶는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노사는 물론 정부당국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핵폭탄은 보유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는것이지 결코 사용에 있지 않다.전면파업이라는 무모한 핵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서로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황상규 교통개발硏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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