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컴백, 몰라보게 예뻐진 가수 김현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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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3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후 몰라보게 예뻐진 모습으로 돌아온 김현정. 활달한 모습이 그대로인지라 반가운데, 쉬는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단다. 롱다리 가수 김현정이 들려주는 진지한 내면 고백.

가수 김현정을 만나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자신의 노래가 피트니스 클럽에서 특히 더 인기인 걸 아느냐고. 기자가 아는 피트니스 클럽의 한 트레이너는“김현정의 노래만 나오면 설렁설렁 운동하던 여자 회원들이 갑자기 운동에 열을 올린다”며 의아해 했는데, “김현정의 노래에는 여자의 오기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했다.
이참에 김현정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저도 운동할 때는 제 노래를 틀어 놓고 해요. 그동안 제가 불렀던 곡들이 하나같이 다 남자한테 차인 여자가 독을 품고 부르는 노래들이잖아요. ‘그녀와의 이별’‘멍’‘못’‘단칼’… 제목만 들어도 서슬 퍼런 섬뜩함이 느껴지죠. 그래서 아마 다들 운동할 때 제 노래를 틀어 놓고 의지를 불태우나 봐요(웃음). 그 놈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예뻐지리라… 뭐 이런거 아닐까요?”

큰 키만큼이나 시원한 샤우팅 창법으로 많은 히트곡을 낳은 김현정. 그녀가 꽤 오랜 공백기후에 새 앨범을 내놓았다. 기존의 곡들이 앞서 말한 대로 독기로 가득 찬 여자의 노래라면 이번에 가지고 나온 곡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말랑말랑하고 간드러진다. 김현정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것일까?

“쉬는 동안 몸이 말이 아니게 아팠거든요. 식도염에 간기능 장애, 위궤양, 거기다 성대 결절까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 따로 없었죠. 아프니까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나약
해지더라고요. 내가 이대로 가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가수에게는 목이 생명인데 이렇게 계속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과 사색을 반복하다 보니 노래에도 예전과 다른‘발라
드’느낌이 많이 가미된 것 같아요.”

한동안 얼굴을 안 보인다 했는데, 김현정이 활동을 쉰 지도 벌써 3년. 몸도 마음도 지친 어느 날, 매니저에게 힘겨움을 털어놓으니 소속사에서는“그럼 일단 쉬자”는 결론을 내려 줬 단다. 그때만 해도‘쉬어봤자 한두 달이겠지’ 했는데, 그녀의 휴식은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어느새 3년을 채웠다. 자신도 이렇게 긴 공백기를 가질 줄은 생각지 못했단다.

“누구든지 한 분야에 매진하다 보면 슬럼프라는 게 오잖아요. 전 제가 슬럼프라는 걸 한번에 딱 알아차린 케이스예요. 한창 방송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이 모든 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대체 나의 정체성은 뭔가? 나는 지금 왜 노래하는가? 이런 의문에 빠지다 보니까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어느 날 문득 되돌아보니…
몸이 아프니 정신도 나약해져

그렇다고 쉬는 동안 마음이 편했던 것도 아니다. 성대 결절이라는 병원 측의 진단은 가수인 그녀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을 가져다줬고, 젊은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내부 장기가 하나, 둘 아프면서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수면제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어요. 몸은 아픈데 그래도 신곡을 준비하려면 웃어야 하고, 또 컴백을 준비하긴 해야 하는데 정작 노래에 집중은 안 되고…. 대략 2년 6개월 동안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으니까요. 63빌딩 엘리베이터를 초고속으로 타고오르다가, 어느 한순간 갑자기 땅으로 툭 떨어진 느낌이랄까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꽤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쉬는 동안 사람들에
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이“살을 빼서 컴백하라” 는것. 흔히 말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인 그녀는 쉽게 찌고, 쉽게 빠지는 편인데 위염이 있어 잘 챙겨 먹지 못했음에도 몸의 부기는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팬 카페에 팬들이 남긴 글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어요. 김현정한테 바라는 점을 설문 조사한 적이 있는데 1위가‘코디를 바꿔라’, 2위가‘살을 빼라’였어요. 어떤 분은 연예인으로 서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인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혹독한 글도 남기셨죠.

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 저 때문에 괜히 코디네이터가 욕을 먹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더라고요. 사실 살이 찌면 제아무리 예쁜 옷을 뽑아와도 옷맵시가 나지 않잖아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적인 슬럼프와 다이어트 강박증까지 겹쳐 극도의 우울 증세를 보일 무렵, 그녀에게 힘을
실어 준 최고의 비타민은 역시나 팬들이었다. ‘굳세어라, 현정아!’라는 플래카드를 집 앞까지 들고 온 어느 팬은“컴백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굵은 눈물을 흘리고 가는가 하면, 고깃집에서든 영화관에서든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진짜 팬인데, 요즘 왜 활동을 안하냐?”며 하루빨리 컴백할 것을 진심으로 종용했단다.

“쉬는 동안 TV고, 라디오고 일절 손대지 않았거든요. 집 안에만 틀어박혀 하루하루 보냈는데 우연히‘온에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지 뭐예요. 근데 보면 볼수록 주인공 오승아의 얘기가 남의 얘기 같지 않은 거예요. 대사들도 다 내 얘기 같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슬럼프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드니까 또 어디선가 뜨거운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거실 가득 쳐 놓았던 커튼을 걷고,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피트니스 클럽을 찾은 것이었다. 개인 트레이너를 소개 받아 일주일에 많게는 닷새, 적게는 사흘을 하루 4시간씩 운동했다. 사실 데뷔 1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살과의 전쟁을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작정하고 운동에 매진한 것은 처음.

“6개월 동안 거의 미친 사람처럼 운동했어요. 한 끼 식사로 밥 반 공기에 소금기 없는 반찬을 먹었죠. 현기증이 난다 싶을 때는 삶은 닭가슴살을 먹었고요. 또 제가 가수 데뷔하고 지금껏 하루에 한 번은 꼭 삼겹살을 먹곤 했는데, 다이어트하는 동안에도 삼겹살은 빠지지
않고 먹었고요. 흔히들 삼겹살을 먹으면 살이 찔 거라고 생각하는데, 삼겹살과 채소만 먹으면 살이 찌지 않아요. 삼겹살을 챙겨 먹은 덕분인지 다이어트와 앨범 준비를 병행할 수 있
었고요.”

팬들을 위해 시작한 혹독한 다이어트,
하루 4시간 운동과 철저한 식이 요법

그 좋아하는 술도 끊고 닭가슴살과 달걀흰자 위주의 식단을 지킨 김현정의 다이어트는 그
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음반이 채 나오기도 전에 그녀의 달라진 모습은 인터넷에서 화
제가 됐고,‘ 김현정 다이어트’는 검색어 1위로 등극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현정이 외모로 검색어 1위가 된 것은 가수 데뷔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만나 본 김현정은 예전의 군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특히 얼굴이 몰라보게 작아
진 느낌이었다. 구릿빛으로 태닝한 피부는 건 강미가 넘쳐 보였고 군살이 있던 자리엔 대신 탄탄한 근육이 붙어 있었다. 몸무게를 물으니 50kg이란다. 174cm의 키에 겨우 그 몸무게라니, 8등신 미녀가 따로 없다.

“모든 음식에서 소금기를 뺀 것이 가장 잘 한일 같아요. 나트륨이 살을 찌운다는 걸 알고는 염분의 양을 극도로 줄였죠. 또 한때 주당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는데, 술을 끊으니 살이 쫙 빠지더라고요. 요즘도 밤마다 사람들한테‘술 한잔 하자’는 문자 메시지가 오는데‘다이어트 중이라 죄송하다’고 답 문자를 보내요. 다이어트 후 잃은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살이고 하나는 사람들이에요. 뭐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도 따르나 봐요.”

다이어트에 성공한 후 트레이드마크(?)인 큰얼굴이 작아진 것이 가장 흡족하다는 그녀는
“사람들이 전과 달리 나이를 어리게 보는 것도 기분이 좋다”고했다.

“10년 전에 데뷔를 할 때도 제 나이를 서른 살까지 봤거든요. 근데 지금은 살이 빠져서 그런지 훨씬 어리게 봐요. 운동의 힘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대학로를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절 못 알아보는 거예요. 벌써 날 잊었나 싶었는데 뒤에서‘김현정하고 참 닮았다’라는 말이 들리더라고요. 어려 보이고 싶으세요? 그럼 살을 빼라는 말을 제일 먼저 하고 싶어요. 강추입니다, 정말.”

혹독한 다이어트였지만 결과물이 좋아 대만족이라는 김현정은“외할아버지가 키가 190cm가 넘었는데, 큰 키는 외가 쪽을 닮은 것 같고 씩씩한 성격은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고했다.

알려진 것처럼 김현정은 데뷔초기, 집안이 좋은 여자 연예인으로 유명했다. 김현정의 아버지는 전직 경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그녀는 유복한 집 안에서 어려움 없이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부모님과 일절 돈에대해 공유하지 않아요. 용돈을 받아 쓰지도 않고, 또 부모님께 돈을 갖다 드리지도 않고요 (웃음). 흔히 연예인 하면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줄 아는데 그렇지도 않아요. 특히 가수들은 몇 년째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 부채를
지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고요. 우리나라에서 좀 잘나간다는 가수들 빼고 10위권 밖 가수
들은 대부분 힘들 거예요. 기름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지, 음반 사서 듣는 사람들은 없지…. 가수들은 요즘 정말 죽을 맛입니다.”

쉬는 동안 가요계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여러모로 철이 들었다는 그녀는“좋아하는 일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잠재 능력이 많지만 쉬 도전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볼 때 특히 가슴 아프다고.

그 때문인지, 김현정은 쉬는 동안 청바지 사업에도 눈을 돌려 봤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청바지는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그녀만의 노하우와 저렴한 가격이 맞물려 쇼핑몰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꽤 짭짤한 수입도 얻었다.그 돈으로 음악하는 후배들 지원에도 나서 봤
고, 자신의‘구멍난’통장도 조금 메웠다.

“쉬는 동안 하도 이곳저곳이 아프니까 집안 친지들은‘다 그만두고 시집이나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다 시집을 안 가서 아픈 거라며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셨죠. 근데 전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말고 2년 후쯤에나 하고 싶어요. 서른다섯 살 됐을 때, 그때 딱 결혼하고 싶어요.”

사랑 앞에서는 자존심 지킨다,
헌신적인 남자와 2년 후에 결혼하고 싶다

결혼이 계획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만나는 사람은 있냐고 묻자, “지금은 없지만 그때 가서 사귈 자신은 있다”고 못 박는다. 평소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에게는 천생 털털한 여자지만 남자친구 앞에서만큼은 자존심 강한‘도도녀’로 변신한다고.

“아무리 그 사람이 좋아도 절대 좋아한다고 먼저 티 내지 않아요. 사랑 앞에 자존심이 어딨냐고 하는데, 전 사랑만큼은 보수적인 편이에요. 얼마 전에『그는 당신한테 반하지 않았다』는 책을 읽었는데, 역시나 여자는 남자 앞에서 적당한 내숭과 도도함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더라고요. 그내용에200% 공감하고요(웃음).”

사람 좋아 보이는 해맑은 웃음을 연발하는 김현정인지라, 도도함을 쉬 상상하지는 못했는
데 남자 앞에서만큼은 빈틈을 주지 않는단다. 그래서 결혼도 자신을 무지하게 많이 사랑해
주는 남자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하고 싶다고.

“아버지가 밖에서는 무뚝뚝한 경찰이셨지만, 집에서는 어머니에게 무척이나 다정하셨거든
요. 그런 모습을 어려서부터 봐와서 그런지 여자한테 헌신적인 남자만 눈에 들어와요(웃음).

슬럼프를 겪는 동안 지금의 나를 일으켜 세워줄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남자도 돈도 아니었어요. 바로 노래 부르는 것, 그 하나였죠.”

노래 다음으로 그녀가 최근 관심을 갖는 건 연기. 데뷔 시절부터 노래와 연기를 겸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꿈이었던 그녀는 최근 드라마‘애자 언니 민자’(SBS TV)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자신의 연기 활동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진심으로 비쳐지질 바란다고.

“연기와 노래를 모두 잘하는 동료들을 볼 때면 너무나 부러워요. 뮤지컬 배우도 정말 하고 싶고요. 그렇게 하기 싫던 일들도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무엇 하나 포기하기 싫을 정도로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충분히 아프고, 충분히 방황한 후에 돌아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쌓인 제 안의 내공들을 냉정하게 평가해주세요.”

성대 결절이 완전히 치료된 상태가 아니라, 아직 부담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든 활동은 라이브로 할 계획이라는 그녀. 오는 7, 8월 음반 홍보를 완벽히 한 후, 9월에는 가까운 지인과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쉬는 동안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또 충분히 재충전을 하면서 그렇게 늘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취재_김미영 기자 사진_힘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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