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가 허전한 온두라스 … 실력 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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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온두라스는 25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평가전에서 1-2로 졌다.

온두라스는 한국과 같은 D조에 속해 있다. 다음달 13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맞대결한다. 카메룬·이탈리아 등 강호와 한 조에 속해 있어 한국과 온두라스 모두 8강에 진출하기 위해 서로 상대를 꼭 잡아야 할 제물로 생각하고 있다.

온두라스에는 이날 평가전이 한국 축구의 특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고, 한국은 그 틈을 타 온두라스의 전력을 탐색할 수 있었다. 박성화 올림픽팀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18명의 선수들은 경기장 로열박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온두라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인천 이준용(右)이 온두라스 수비벽을 앞에 두고 강력한 프리킥을 차고 있다. 온두라스는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한국 올림픽 팀에 전력을 감추려는 듯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인천=뉴시스]

그동안 몇 차례 온두라스의 경기를 지켜봤던 박 감독은 “온두라스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이다. 조직력과 개인기가 좋다. 올림픽 북중미 예선에서 괜히 1위를 차지한 게 아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온두라스(48위)가 한국(53위)보다 5계단 높다.

하지만 이날 온두라스의 플레이는 그간 들어왔던 명성에 못 미쳤다. 온두라스는 포백과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쳤지만 측면 수비수들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바람에 인천의 빠른 측면돌파에 수차례 찬스를 허용했다.

인천 라돈치치는 후반 10분 이준영이 오른쪽을 파고들어 올린 땅볼 크로스를 받아 왼발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라돈치치는 후반 26분에도 보로코가 오른쪽 측면에서 넘겨준 크로스를 헤딩슛,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온두라스는 후반 17분 에밀 마르티네스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했다. 전반 32분 개인기를 바탕으로 패스를 돌리다 마르티네스가 슈팅까지 연결한 장면을 빼면 이렇다 할 위협적인 장면도 만들지 못한 온두라스다.

그래도 미소를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어우드 온두라스 감독 말처럼 “평가전은 그저 연습의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박성화 감독은 “측면을 노리면 중앙의 수비도 함께 엷어진다. 수비수들은 체격이 좋은 대신 민첩성이 떨어졌다”며 “시차 탓으로 기동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림픽팀 주장 김진규도 “온두라스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 골을 넣은 마르티네스는 기술과 스피드를 두루 갖췄다. 대인 마크와 함께 협력 플레이로 막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직전 나이지리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5-1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본선에서 나이지리아는 8강에 오른 반면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무기력해 보인다고 온두라스를 만만히 볼 수 없는 이유다.  


인천=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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