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르포>23.강원도 삼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어이 위원장,오늘 개편대회 잘 치렀소.와서 한잔 받으쇼.』『아이구,어른신들 감사합니다.』7일 오후8시 강원도삼척시 신한국당 당사 인근 음식점.신한국당 신현선(辛賢善.49)후보는 돼지갈비를 굽던 노동자풍의 남자 2명이 아는 체하■ 당장에 달려가 무릎을 넙죽 꿇고 술잔을 받는다.주는대로 잔을 받다보니 금세 얼굴이 벌개진다.그러나 어쩌랴.유권자는 왕인데.辛후보는 벌개진 얼굴로 다음 행사장엘 간다.
이에 앞서 오후4시 삼척시남양동 자민련 김정남(金正男)의원 사무실.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金의원은 워카에 가죽점퍼 차림이다.『선거운동이란게 전쟁이요,전쟁.그러니 전투복 차림인게 당연하지.』그렇지 않아도 까만편인 金의원의 얼굴은 기름 기가 쫙빠져 있다.오후6시.金의원 사무실에서 7백쯤 떨어진 민주당 장을병(張乙炳)공동대표 사무실.張대표는 간곳이 없고 20~30대선거운동원들만 바글바글하다.『당대표시니까 다른 후보 개편대회에도 참석하셔야죠.남들의 절반밖에 선거운 동을 못하지만 유권자들이 삼척의 큰인물이 누군지는 다 알겁니다.』 삼척시는 인구가 9만2천명,유권자는 6만여명인 소도시다.이 안에 도시.농촌.어촌.탄광촌이 공존한다.
원래 터줏대감은 여당이던 金의원이었다.11,12,14대때 당선된 3선이다.金의원은 지난해 시장선거에서 정치신인인 신현선씨를 밀었고 辛씨는 전국 최소인 불과 1백69표 차로 2등을 했다.그러자 신한국당은 아예 辛씨를 공천해버렸다.
자민련으로 옮긴 金의원 사무실에는『뒤에서 총 쏘는게 개혁』『국민 심판』등 격렬한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기어이 신한국당을 이기겠다』고 칼을 간다.한데 거물급인 민주당 張대표가 나오면서 판세가 더 복잡해졌다.張대표는『강원도에서 이만한 인물이 나온 적 있느냐』는 인물론으로 지식인층들을 파고든다.
이 지역에선 1만7천표 정도가 당선권이다.세 후보 모두 고정지지표가 1만표는 된다고 주장한다.따라서 7천표만 더 얻으면 당선되는 셈이다.「손에 잡힐듯한 7천표」의 향방에 세 후보는 애가 타고 선거전은 더욱 불붙는다.
金의원은『신한국당의 인기는 바닥이고 승부는 결정된 것』이라고말했다.張대표측은『본격 유세전에 돌입하면 張대표의 뛰어난 연설력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장담한다.辛후보는『삼척시민들은 이제 정말로 일할 40대를 선택할 것』을 낙관하 고 있다.
하지만 삼척시민들이 「민주당의 거물」과 「15년을 닦아온 3선의 표밭」「40대의 추진력」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 아직은속단할수 없다.
삼척=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