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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아줌마표 개그’… TV는 지금 박미선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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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진=김정훈 인턴기자]

 “잠시만요. 남편이거든요.”

인터뷰 직전, 개그우먼 박미선(41·사진)은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역시 개그맨인 남편 이봉원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박씨는 그 다음 주의 스케줄에 대해 남편과 꼼꼼히 상의한다. “월요일 점심 때는 안 돼. ‘러브 인 아시아’ 촬영 있다니깐.”

1분 남짓한 짧은 통화였지만 박씨는 남편과의 대화에 즐거워 보였다. 그는 이어 “아이들 성화에 30분을 기다려 받아왔다”는 원더걸스 사인을 보여줬다. 딸 유리(13), 아들 상엽(11)의 성화에 그는 지금까지 빅뱅·하하 등 10명이 넘는 연예인의 사인을 받았단다.

요즘 방송가는 ‘박미선 세상’이다. 지상파 3사의 편성을 보면 그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2부 코너 ‘세바퀴’(세상을 바꾸는 퀴즈)를 비롯해 MBC ‘명랑히어로’, KBS ‘해피투게더’ ‘러브 인 아시아’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박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제2의 전성기’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 ‘세바퀴’ 촬영장에서 그를 만났다.

박씨는 남편과 함께 SBS 라디오 ‘이봉원 박미선의 우리집 라디오’도 진행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최근 부쩍 높아진 인기를 실감한단다. 그는 “교회에 가면 아이들이 다가와 ‘히히히히’ 웃고 도망가는 걸 보면 요즘 내가 인기가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나도 연예인인지라 팬층이 넓어졌다는 생각에 싫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 받는 만큼 한마디를 하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말하게 된다”고 겸손히 말했다.

박씨의 인기 비결은 ‘아줌마 개그’다. ‘세바퀴’에서 그는 주부 스타들과 함께 진솔한 아줌마 토크를 쏟아낸다. 예컨대 마흔여섯 살 노총각 탤런트 김병세에게 “그 나이까지 동거도 못 해 봤다니 몸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진다. 남편에게 ‘사랑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왜 이래, 너 누구야’라고 답이 왔다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쏟아낸다.

함께 출연한 주부 출연진도 장단이 척척 맞는다. “모유를 팩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놨더니 시어머니가 ‘웬 곰국이냐’고 했다”(개그우먼 김지선), “우리 때는 뽀뽀 안 해도 애만 잘 들어섰다”(탤런트 선우용녀) 등 주부끼리의 솔직한 대화가 오고 간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게시판에 한 네티즌은 “주부 연예인들의 입담과 생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찜질방에서 수다 떨면서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방송에서 나와서 그런지 ‘연예인도 우리와 다를 바 없다’는 공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 연예인이기에 그만이 할 수 있는 ‘남편 개그’도 인기다. ‘왜 남편을 희화화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박씨는 “방송 나와서 ‘남편이 잘해준다, 사랑스럽다’라고 하면 누가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결혼 15년 차쯤 되면 남편이 꼴 보기 싫을 때도 많아요. 그렇게 감추고 싶은 것도 개그 소재로 삼는다는 게 ‘성숙한 부부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박씨의 남은 꿈은 자신의 이름을 딴 단독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는 토크쇼를 꼭 해보고 싶어요. 박미선표 ‘11시에 만납시다’ 같은 프로그램이 어떨까요. 욕심이 과했나요.”

박씨는 라이벌로 KBS2의 ‘미녀들의 수다’를 꼽았다. 아줌마들의 수다로 늘씬한 미녀들의 수다를 상대할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세바퀴’(일요일 오후 6시30분)를 ‘미녀들의 수다’(월요일 밤 11시5분)와 맞편성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세바퀴’ 박현석 PD는 “박미선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줌마들의 수다를 정리하는 능력과 다방면에 풍부한 지식으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글=이현택 기자, 사진=김정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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