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녹음장치 먹통 … 응시생 성적표 못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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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학원에서 IBT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 [중앙포토]

서울 인문계 고교 3학년 조모(18)양은 지난달 7일 경기도 소재의 한 대학에서 토플시험을 치렀다. 인터넷을 통해 보는 IBT(Internet-based TOEFL Test)였다. 영어 특별전형으로 1학기 대입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게 목적이었다. 14일 수시 원서접수가 마감되기 때문에 이날 치른 토플은 조양에겐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조양은 아직도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시험 후 2주면 성적표가 나온다.

다급해진 조양은 한국 ETS에 문의했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겠다. 급하면 미국 본부에 전화하든지 아니면 기다려라”는 답변만 받았다. 미국 ETS에 전화하니 “컴퓨터 에러로 ‘말하기 평가’ 녹음에 이상이 생겼다. 전체 점수를 낼 수 없다”고 했다. ETS(미국교육평가원)는 토플 시험을 출제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조양은 “더 늦어지면 수시 지원을 할 수 없다. 말하기를 뺀 나머지 점수라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ETS는 “바우처(시험등록 증명서) 넘버를 알려줄 테니 다음 시험에 응시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양은 결국 1학기 수시 응시를 포기했다. 그는 “영어 특별전형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 토플에만 올인했는데 이제 어쩌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응시생에게 IBT 성적표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토플 성적이 필요한 응시생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원인은 스피치 녹음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IBT는 듣기·독해·말하기·쓰기 등 네 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말하기 시험을 볼 때는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쓴다. 문제를 듣고 직접 말하는 형태로 치러진다. 하지만 기계 결함과 인터넷 접속의 문제로 음성 녹음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말하기 점수가 산출되지 않으면 성적표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ETS “오류 횟수 밝힐 수 없다”=ETS 측은 시험을 보고도 점수가 나오지 않은 응시생들이 어느 정도인지는 집계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 유학 사이트인 해커스 게시판에는 ‘성적표가 오지 않는다’는 글이 한 달 평균 25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고교 3학년 이모(18)군은 “시스템 에러로 말하기 채점을 못해 총점을 낼 수 없다고 해서 성적표를 못 받았다. ETS에 문의하면 너무 불친절하다. 불신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탁 한국 ETS 대표는 “한국이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녹음에) 실패하는 확률이 가장 낮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시험 점수가 안 나왔을 때 한국 ETS에 연락하면 재시험을 볼 수 있는 바우처를 주는 쪽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ETS 홍보 대행사인 에델만코리아 측은 “시스템 오류 빈도는 말할 수 없다.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재시험, 환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말하기·쓰기 영어 능력이 강조됨에 따라 한국에선 2006년 7월부터 IBT 방식 토플을 치르고 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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