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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對日逆調와 제2독립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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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상북도 울릉읍 도동 산63 동경132 북위37 평균기온 12도 강수량 1300 독도는 우리 땅.』 기미년 독립만세운동77주년을 맞이한 올 3.1절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망언으로 그 어느때보다 반일(反日)감정이 높아진 가운데 박인호가 작사.작곡하고 정광태가 부른『독도는 우리 땅』이 새롭게 불리고 있다.
일본 이케다외상의 독도망언이후 이 외딴 섬에는 스님.도지사.
문인 등 각계 각층 저명인사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이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일본을 규탄하고 있다.3.1독립정신을 기리는 시의성(時宜性)이 국민 모두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광복50주년을 보낸 우리나라는 진정한 독립국가인가.우리나라가 빼앗긴 주권을 일본으로부터 되찾은 것은 50년을 넘어 정치적으로는 독립국가임이 분명하지만 경제적으로도 진정한 독립성을 갖고 있는지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선 대일(對日)무역적자를 보자.우리나라 대일 무역역조(逆調)는 지난 65년부터 95년까지 30년간 무려 1천1백억달러의누적적자를 보이고 있다.문제의 심각성은 적자규모가 매년 큰폭으로 늘어나는데 있다.80년대초 30억달러 수준의 적자가 95년에는 놀랍게도 1백55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일본에 대한 이러한 무역적자의 원인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기계류등의 자본재와 부품소재 등의 역조때문이다.
이들 품목에서의 대일 무역역조는 90년대 들어와 대일 무역적자 총액보다 항상 10억달러 내지 30억달러가 많아 문제의 근본원인이 낙후된 기술력에 의한 것임을 쉽게 알려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나라가 독립국가이며,무역규모로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갖춰 선진국 대열에 도전하고 있으나 기술적으로는일본의 종속국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지난해 수출입통계는 기술력의 차이에 따라 무역역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즉 대일역조 1백55억달러,대미(對美)무역적자 63억달러,대 유럽연합(EU)적자 19억달러 등 선진국에는 모두 적자를 보인 반면 후진국들인 대 아세안에 66억달러,중남미는 34억달러,중국에는 17억달러의 흑자 를 보였다.
『독도는 우리 땅』을 소리높여 노래부르는 것이 3.1 독립만세운동을 기리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그러나 더 중요한 거은 이러한 반일감정이 극일(克日)정신으로 이어져 일본의 기술력을 이기는 길이야말로 좀 더 깊이있는 3.1정신의 계승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김진현(金鎭炫)서울시립대 총장은 기술선진국이 되는 것이 제2독립운동이라고 했다.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기계류 등의 자본재나 부품의 40%를 구조적으로 일본에 의존해서는 경제예속화를 벗어날 길이 없다.
200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개최권을 따내는 것은 국민감정상 더 이상 없을 정도로 통쾌한 일이 될 것이다.그러나 그것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우리 기술력이 일본을 앞서 반도체기억소자에서 세계1위를 하듯 조선 .철강 뿐만아니라 장기적으로 자동차.자본재산업 등에서 일본을 이기는 것이다. 일본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경제대국이며 문화소국(文化小國)이다.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에 문화를 가르쳐준 스승임을 우리가 구걸하듯이 일본에 얘기해봐야 소용없다.오직 실력만이 일본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존중해줄 열쇠다.
이제 우리는 3.1운동 때와 같이 거국적으로 기술자립을 통한제2의 독립운동을 펼칠 때다.86년에 대일 무역역조가 50억달러를 넘어서자 난리법석을 치듯 이를 줄이기 위한 5개년계획(87~91년)을 세워 91년 15억달러 적자를 목 표로 했으나 오히려 88억달러로 늘어난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독도는 우리 땅』에서 보여준 반일감정을 승화시키고 2002년 월드컵유치의 국민적 열정을 모아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를 극복하자.
이를 위한 자본재산업 육성 10개년계획이 국가 최고통치자의 점검아래 철저하게 시행돼야 한다.기술경쟁력 확보가 기업에는 제2창업의 주춧돌이 되고,기술자립이 일본에 대한 제2독립운동이 되고,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진경제국이 돼야 우리나라 가 21세기세계무대에서 우뚝 서는 문화강국(文化强國)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임을 우리 모두 깊이 인식하자.
李軫周 생산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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