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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사기 전에 작가 꼭 만나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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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업가, 컬렉터, 갤러리스트, 아티스트…. 일종의 르네상스적 인물.” 영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리뷰’는 지난해 말 ‘세계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 100명’을 꼽으면서 87위로 선정한 아라리오 그룹 김창일(57) 회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 회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순위에 올랐다. ‘아트 리뷰’는 이어 김 회장이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안팎에 상설 전시 중인 ‘찬가’‘자선’ 등 데미언 허스트의 대형 조각품을 소개하며 “영국 현대미술 소장품으로는 찰스 사치에 비견된다”고도 썼다.

김 회장의 첫 소장품전이 열린다. 다음달 20일까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The Moments of Arario-아라리오 소장품전’이다. 1989년 갤러리 개관 이후 20년 만이다. 3000여점의 소장품 중 45점을 추려 내놓았다. 전시장 입구에 눈길을 확 끄는 영국 작가 데미언 허스트의 초기 원형 회화(Gorgeous Concentri Red Hot Cold Painting)부터 미국의 팝아트 작가 키스 해링의 조각(무제-아크로바트), 중국 작가 왕광이의 ‘대비판(Great Criticism)’ 연작 등 화제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의 웨민쥔과 얀페이밍의 회화, 토머스 루프, 신디 셔먼, 바네사 비크로포트의 사진 등 그간 이 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졌던 작가 위주로 구성한 일종의 ‘아라리오 갤러리 소사(小史)’다.

이태리 출신 사진가 바네사 비크로프트(39)의 사진 시리즈 ‘VB52’(2003) 연작 중 한 점이다. 날씬해야 대접받는 세상에서 현대 여성들은 ‘먹어야 하지만, 먹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2004년 가을에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작품이다.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소장품전조차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바로 ‘김창일표’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성공한 컬렉터’가 된 비결을 물었다.

“작품 사기 전에 반드시 작가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야 작품에 진정성이 있는지, 믿을만한지,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올까 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남들이 뭐라하든, 유행이 무엇이든, 컬렉터 스스로가 좋은 작가를 보는 눈이 있어야죠. 좋은 전시를 많이 보고, 믿을 만한 갤러리들과 거래하며 안목을 높이고 정보를 키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발품 파는 것 말고는 무슨 공부를 할까. 그는 “평론이나 작가의 글 등을 많이 읽는다. 경매에 직접 가 본 적은 없지만 크리스티·소더비 등 주요 경매사 자료는 꼭 챙겨본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현재 세계 시장에서 이렇구나’하는 걸 앉아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70년대 주식투자로 돈을 번 뒤 천안 터미널에 점포를 운영하며 재력가로 떠올랐다. 86년 터미널 사업을 시작해 89년 지금의 천안 신부동에 터미널 겸 복합 문화공간 ‘아라리오 시티’를 만들었다. ‘씨킴’이라는 예명으로 회화나 조각품도 만든다. 천안과 서울에 이어 2005년 베이징 지점, 지난해 뉴욕 지점을 개설한 그는 인도 뭄바이 지점을 준비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천안시나 제주도에 미술관을 건립할 꿈도 꾼다. 041-551-5100

천안=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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