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러 예방, 학교가 미사일보다 강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파키스탄 북부의 카라코람 산악지역에 세운 칸다이 학교의 초등학생들과 기념 촬영 한 그렉 모텐슨<左>. [중앙아시아연구소 웹사이트(ikat.org) 제공]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서도 실패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산악인 그렉 모텐슨(51)이 교육을 통해 조용하면서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5일 소개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NYT 칼럼니스트는 “부시가 파키스탄 정부에 엄청난 원조와 함께 100억 달러(약 10조원) 이상의 군사 지원을 했으나 테러리스트 세력은 9·11 테러 이전보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모텐슨은 학교를 짓기 위해 파키스탄 군사 지원액의 1만분의 1도 쓰지 않았으나 미 정부보다 미국 이미지 향상에 더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육 받고 경제적으로 활동적인 파키스탄 사람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모텐슨은 1992년 지구상에서 둘째로 높은 K2에서 조난당했을 때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지역민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감사의 뜻으로 학교가 없는 이 마을에 학교를 지어 주기로 다짐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학교 설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580통의 편지를 보냈으나 돈을 보내준 사람은 미 NBC방송의 간판 앵커 톰 브로커뿐이었다. 어려움 끝에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 진 회르니(작고)를 설득, 93년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 주민을 가르치는 비영리 교육기관 중앙아시아연구소(CAI)를 세웠다.

CAI는 현재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에 74개 학교를 지어 약 3만 명의 학생을 교육시켰다. 특히 여성 교육에 공을 들였다. 여성이 교육을 받아야만 그들 자녀가 급진 이슬람세력에 마음을 뺏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CAI 교사 중에는 탈레반 출신이 다섯 명 있는데 모두 어머니들의 설득으로 탈레반과 결별했다.

그러나 그가 이런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우선 여성 인권을 부정하는 탈레반은 그를 적대시했다. 96년에는 파키스탄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탈레반에 납치돼 8일 만에 탈출했다. 급진 이슬람 성직자들은 그의 여성 교육이 코란에 위배된다고 선고했다. 미국의 일부 보수주의자들도 이슬람 어린이 교육이 미국의 국익에 위배된다며 항의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모텐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학교가 없는 지역에 학교를 지어 주는 대신 주민들은 땅과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했다. 탈레반이 학교를 여러 번 파괴했지만 주민들이 재건했다. 아프간 바하라크 지역에서는 급진 무장세력이 학교를 부수려 하자 주민들이 “여기는 우리 학교”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그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그는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역에서 전설이 됐다. 그의 사진을 부적처럼 자동차 백미러에 매달아 놓는 주민도 있다.

무력에 의한 테러리스트 척결에 한계를 느낀 미 국방부도 그를 연사로 초빙했다. 그가 쓴 『세 잔의 차(Three Cups of Tea)』를 대량 구입해 장병들에게 배포했다. 이 책은 1년6개월 동안 NYT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모텐슨은 “테러리스트를 무찌르는 최선의 방법은 학교를 세우는 것”이라며 “학교는 미사일이나 군사공격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테러리스트 공격에 쓰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한 대(최소 50만 달러)면 아프간에 20개의 학교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에 근무하는 크리스토퍼 콜렌다 중령도 “장기적인 테러 해결책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