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M&A 자제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7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은행 간 인수합병(M&A)과 관련, 지나치게 경쟁적인 자세는 은행 경영환경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당분간 논의를 자제하는 게 국가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내실 경영을 위해 위험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건전성을 높이는 데 전략적 우선 순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요즘 은행장들이 경쟁적으로 은행 간 M&A 카드를 꺼내드는 데 대해 일단 ‘호각’을 분 셈이다. 최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등은 최근 직·간접적으로 M&A 의사를 내비쳤다. 은행 간의 M&A 논의가 촉발된 데엔 금융당국이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 정부는 우리금융 지분의 매각과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수년째 질질 끌더니 최근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산업은행의 민영화도 정부 스스로 꺼내든 카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판을 만들어 주고선 M&A는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는 은행 M&A 논의의 핵심인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선 어떤 묘수도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원칙이었던 “법적 불확실성이 해결돼야만 한다”는 답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와 HSBC 간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이 이달 말로 끝나는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이들 간의 계약이 파기된 뒤 국내 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외국자본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