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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투명 경영' 문제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그동안 소주주나 외국인투자자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경영해 오던 국내 상장대기업은 이제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조선맥주주식의 3%를 소유한 미국의 타이거펀드라는 기관투자그룹이제기한 회계처리관행에 대한 이의는 한국기업이 처 한 새로운 상황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때마침 미국의 한국 현지법인들이 미국법과 관행을 무시한 정치자금공여 때문에 무더기로 추징금을 얻어맞는다는 보도도 우리 기업의 성숙하지 못한 경영자세를 보여주는일화다. 타이거펀드측과 조선맥주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양자는 경영행태에 분명한 시각차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양측 주장의 타당성도 물론 문제지만 더 주목되는 것은 소주주들과 투자자들이 경영내용을 알 권리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첫째는 이제 한국투자자들도 경영정보의 공개나 미심쩍은 경영내용의 시정을 요구할 때가 됐고,당국도 이를 위한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둘째는 이제 기업이 주가유지와 주주관리를 위한 대비를 제대로 해야 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성수대교붕괴 당시 상장건설기업이 주주의 동의도 없이 수백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제의한 발표도 국제적 경영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또 많은 상장대기업들이 조성한 비자금을 두전직대통령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주주를 무시한 대주주의독단과 느슨한 회계처리관행이 자리잡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이제부터 국내 소주주에 의해서도 이같은 이의제기는 봇물이 터지듯 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투명한 경영과 경영정보의 공개로 종업원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 경영행위중 하나가 된 것이다.그렇지 못한 기업은 언제라도 집단소 송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이제 기업경영을 감시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은행이나 증시(證市)와 같은 시장이 돼야 한다.따라서 정부는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서고 그 대신 시장이 기업경영을 감시하도록 경제의 기본틀을 짜 는 것이 세계화시대의경영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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