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一流化현장>손톱깎이 생산업체 벨금속(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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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손톱깎이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다」.
60년부터 36년째 손톱깎이 생산 외길을 달려온 중소기업인 벨금속㈜의 기업모토다.
충북천안시성정동 제1공단에 위치한 이 회사 공장은 따라서 국내 몇 안되는 「세계 일류제품」생산 현장이다.세계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 유명 손톱깎이 회사인 트림(TRIM)사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 생산(OEM)방식으로 수출해 달라는 끈질긴 요청을 받고도 듣지 않았다.
지금 수출가보다 더 비싸게 수출해 당장 경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어렵사리 쌓아 올린 자기 브랜드에 대한 자존심이 더 중하다고 본 때문이다.
『손톱깎이 생산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특히 금형과 도금은 단시간에 쌓을 수 없는 노하우예요.』 이희평(李喜平.54)사장은 생산라인의 절반을 자동화했으면서도 열처리와 관련된 온도와 금형제작만큼은 직접 챙긴다.손톱깎이의 생명은 오랫동안 날이 무뎌지지 않고 손톱이 잘 깎이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
이 회사는 지난해에 독자브랜드인 「벨」상표를 붙여 8백60만달러어치를 세계 60여개국에 수출했다.3천만개의 손톱깎이를 실어낸 셈.
어림잡아 세계인구 1백50명가운데 1명꼴로 벨제품의 손톱깎이를 쓰고 있다는 계산이다.거의 전량(97%)수출하기 때문에 매일 10만개 이상 만들어야 수출물량을 댈 수 있을 정도다.
벨제품이 성가를 얻자 최근에는 벨 상표를 도용한 저가 중국산제품들이 세계시장을 교란해 「상표지키기」에도 고심중이다.미국 등 13개국에 서둘러 상표등록을 마친 것도 그 때문.
중국산이 아직 조악하고 볼품없지만 언제 따라올지 몰라 지난해부터 손톱깎이에 가위.밀대 등을 한데 묶은 복합세트 제품쪽으로수출상품을 특화하고 있다.그러나 손톱깎이 수출값이 최근 몇년간의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제자리여서 세계 최대업 체란 위상에 걸맞게 경영을 잘 하는 것도 큰 과제다.
『세계에서 5천평이 넘는 규모의 손톱깎이 공장을 가진 곳은 우리뿐이예요.회사를 이만큼 키웠으니 큰 돈을 번다는 욕심보다 일류제품을 끝까지 지킨다는 자세로 일할 생각이에요.』 李사장은이미 자사제품이 「일류제품」대열에 올랐지만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의 수성(守成)에 더 힘쓰겠다고 다짐한다.
천안=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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