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式 후보 지지·비방…인터넷 불법선거 "꼼짝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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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3일 새벽 경찰청 사이버선거 전담반. 13명이 모여있는 사무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부산 모 후보의 여자관계가 복잡하고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글이 발견되면서다.

분석팀은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 비방하고 유포한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주소(IP) 추적 결과 부산의 한 PC방에서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즉각 PC방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대에 위치를 통보해 현장을 덮쳤으나 범인은 이미 도주한 뒤였다.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사이버 불법 선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부터 '사이버 일제 검문검색' 작전에 돌입했다. 선거운동 막판에 온라인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내린 조치였다.

이들의 전쟁터는 3000여개 홈페이지. 후보자.정당.언론사.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의 게시판들이 주요 감시 대상이다.

게시판이 가장 붐비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가 집중 감시시간대. 경찰은 욕설이나 '금품''후보' 등의 특정 검색어를 지정하면 관련 내용이 들어있는 게시물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자체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글을 발견하면 똑같은 글이 다른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지를 검색한다.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게시판에 자신의 글을 퍼뜨리는 게 사이버 선거사범의 특성이라고 한다. 문제의 글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정하면 IP 추적을 통해 위치를 알아낸 뒤 가장 가까운 경찰 지구대에 통보한다. 도주했을 경우는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지시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국의 경찰 사이버 수사대 660여명은 올들어 지금까지 978건에 1053명을 적발했고, 22명을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선거 사범은 '사이버 논객'을 자처하는 20대가 많지만 40, 50대도 있었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해 자신의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위반하는 확신범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송병일(경정)팀장은 "개정된 선거법은 사이버 공간을 선거 운동의 장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명예훼손하는 것까지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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