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GMO야, 소비자가 널 찜찜해 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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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풀무원은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강조하지만 업계 시각은 좀 다르다. “청정식품을 표방하는 풀무원이 앞장서 GMO를 배척하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는 소비자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성화에 백기를 들었다고 해석한다

이 회사는 2000년 8월 두부·콩나물의 원료가 되는 콩에 대한 ‘Non-GMO 선언’을 한 바 있다. “이후 유부와 조미김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콩기름만 GMO 제품을 써 왔다”는 설명. 이에 따라 풀무원은 콩기름 원료에 쓸 ‘비GMO’ 콩 구입 비용으로 연간 23억원을 더 들이게 됐다. 인건비와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50억원이 더 든다고 한다.

여익현 부사장은 “당분간 생산효율을 높여 추가 비용을 흡수하겠지만 어느 정도 제품가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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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Non-GMO 선언=두 달 새 굵직굵직한 식품업체들이 풀무원과 같은 ‘Non-GMO 선언’을 했다. 5월에 업계가 GMO옥수수를 대량 수입한 것이 일부 소비자와 시민단체를 자극해 부메랑이 돼 날아온 때문이다. 대상·삼양제넥스·CPK·신동방CP 등이 전분당 원료로 쓰려고 11만t의 GMO 옥수수를 들여왔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당시 ‘유전자 조작 옥수수 수입 반대 국민연대’는 간판 식품업체 47곳을 대상으로 이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후 광동제약·동아오츠카·동원F&B·롯데햄·마니커·매일유업·웅진식품·일동후디스·장충동왕족발·정식품·한국코카콜라·농심캘로그 12개사가 이에 응했다. 국민연대는 이들 업체와 응하지 않은 업체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후 농심도 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 업체는 한결같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입장을 유보하거나 국민연대의 요구를 거부한 업체들은 GMO 논란이 ‘제2의 광우병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스낵업체 관계자는 “다른 원재료 값이 크게 올라 이미 제품 값을 한 차례 올렸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GMO를 쓰지 못하게 되면 값을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위해성 결론 안 나=남승우 사장은 “소비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하긴 하지만 GMO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 경우도 광우병 논란이 지속되는 동안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 왔고, GMO 식품도 여전히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비GMO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비GMO 원재료만 쓰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호(생명과학) 고려대 교수는 “20년 동안 GMO의 위험성을 드러낸 실험이나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식음료 제품을 수입해다 먹고 있는데 국산 제품에만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역차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병주 기자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와 결합하는 등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만든 새로운 품종. 1994년 미국 칼젠사가 개발한, 잘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상업화된 GMO의 첫 사례로 꼽힌다. 대두와 옥수수가 보편화된 대표적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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