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형숙의좋은엄마되기] 방학 맞은 아이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곧 3학년 아이 방학입니다. 긴 방학을 집에서 아이와 잘 지내는 것도, 잡다한 숙제를 도와줘야 하는 것도, 아이의 부족한 공부를 채워줘야 하는 것도 걱정이네요. 아이가 방학이면 엄마는 더 긴장돼요. 평화로운 방학을 맞을 수는 없을까요? (김효정·42·경북 구미시)

놓을 방 배울 학. 방학(放學)은 좀 쉬는 시간이에요. 보통 때보다 좀 더 진하게 놀아야죠. 그러니 아이들이 좀 빈둥거리게 두어요. 얼마간 그러고 나면 뭔가 하고 싶어져요. 또 충분히 쉬고 개학을 맞아야 새 학기가 활기차요. 부족한 공부 채운다고 쉬지 않고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거나 숙제에 너무 골몰하다보면 개학 후엔 오히려 힘이 빠져 공부할 수 없어요. 많이 놀고 쉰 아이가 오히려 집중할 수 있어 새 학기를 더 잘 맞더군요.

방학 동안엔 아이가 가고 싶어 했던 곳을 찾아가면 좋아요. 긴 시간을 요하는 가족 여행도 좋고요. 또 전철이나 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을 몇 군데 정해서 아이와 가요. 박물관이 아니라 탑골공원, 몽촌토성, 서울 성, 백화점, 도서관 등 돈 들이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고 같이 가요. 길 떠나면서도 목표 지점까지 가는 법도 아이에게 선택하게 해요. 버스를 탈지, 전철을 이용할지 찾다보면 지하철 환승까지 알게 되지요. 갖가지 공부, 제대로 하게 되던데요.

그래도 숙제는 해야지요. 욕심내지 않고 아이 수준에 맞춰주세요. 제 아들처럼 학습력이 떨어진 아이에게 주어진 방학 숙제를 다 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아이 보고 한 개 고르게 하고 제가 한 개 골라 두 개만 하게 했어요. 어떤 해는 일기 쓰기와 책 몇 권 읽기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남 보기 어떨까보다는 제 아이의 지금 형편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개학해서 좋은 성적을 받지도 상을 타지도 못하지만 혼자 해본 것으로 완성의 기쁨을 맛봤기에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실력이 늘더군요. 6학년이 되자 근사한 40장짜리 ‘발코니에 사는 십자매’ 탐구일지를 만들었어요. 십자매의 습성을 살피고 일일이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살아있는 탐구활동을 한 내용이지요.

처음엔 아이가 할 수 있는 양과 수준을 정해주고 혼자 하도록 아이를 일으켜주세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목표가 좀 부족해야 성공하더군요. 잘 된다 싶으면 그 다음부터 엄마는 스스로 해나가는 아이를 느긋이 지켜보며 칭찬이나 하면 되죠. 물론 하루아침에 잘 되지 않아요. 뭘 고치겠다면, 뭘 잘해 보고자 한다면 목표는 하나만 잡으세요. 그래야 힘들지 않고, 그것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

※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