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미국FBR의장 그린스펀 재임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다음달 2일로 4년 임기를 마치는 앨런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을 22일 재임명했다.
상원의 증인을 받게 되면 그린스펀의장은 87년 처음 임명된 이후 두번 연밍하게 된다. 정권이 여러번 바뀐 무려 12년동안세계 최대 미국경제의 돈줄을 쥐고 흔드는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지키게 된 셈이다.이는 사상 두번째 장기집권기록이다.1951년FRB의장에 오른 맥 마틴이 70년까지 19년10개월동안 재직한 바 있다.
그린스펀의장은 원래 공화당의 레이건행정부가 임명한 사람.그래서 94년 클린턴이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를 FRB부의장에 임명할 때만 해도 그린스펀을 밀어내고 그를 앉히려는 포석으로 여겨졌다.
더구나 작년초까지 7차례나 줄기차게 금리를 올려대는 과정에서그린스펀은 경기를 걱정하는 백악관쪽에 여러 차례 미운털이 박혔다.그러나 미국경제 자체가 호조를 계속하고 있고 그의 경기정책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판에 아 무리 대통령인들 중앙은행총재를 마음대로 갈아 치울 수 없는 것이다.
FRB의장의 인준권을 쥐고 있는 의회가 공화당 손에 들어갔다는 점도 그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해준 요인이다.하지만 그의행적을 보면 공화당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특히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요구에 등을 돌려 버렸다.
『그는 단순한 은행가가 아니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나 월 스트리트의 금융인들 사이에 나도는 정설이다.
중앙은행의 정치적 중립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면서도 정치적 사건에 임하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누구보다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나 의회와의 정치적 흥정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부와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을 과감히 실천할 경우 중앙은행으로서는 금리를 낮출 용의가 있음』을 기회있을 때마다 흘리고 다니는 것이 바로 그런 예다.경기부양책을 미끼로 여 .야의 재정개혁 합의를 유도하려는 책략이었다.
어쨌든 클린턴 대통령도 그린스펀 FRB의장을 건드렸다간 공연히 부작용만 커진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