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민들 고유가 휴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일본 어민들이 치솟는 기름값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15일부터 전국적으로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14일 보도했다. 일본에서 어민들이 전국적인 규모의 휴업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고등어잡이 배부터 참치 트롤선까지 20만 척의 어선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휴업을 주도하는 쪽은 오징어를 잡는 어민들이다. 오징어잡이 배들은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오징어를 불러 모으기 위해 밤중에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조업한다.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 할로겐램프를 쓰는데 이 때문에 고유가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이들은 이미 6월 중순에도 긴급 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며 이틀간 조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어민들을 위해 지금까지 9500만 달러(약 950억원)를 지원했지만 주요 수산업조합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일본의 12만5000개 어업회사 중 40%가 문을 닫고 8만5000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민들의 파업 소식에 일본 식탁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해산물 소비국이다. 2006년 한 해 1인당 58㎏의 해산물을 소비했다. 세계 평균의 세 배다. 일부에서는 사재기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도쿄 쓰키지 어시장의 한 도매 상인은 “미리 재고를 확보해 두긴 했지만 어민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공급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중유 가격은 연초 kL당 700달러에서 최근 1100달러까지 치솟았다.

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