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부인들도 이미지 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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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지명을 노리는 공화당 후보들의 접전이 치열해지자 후보 부인들의 이미지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저마다「최고의 퍼스트 레이디감」임을 강조하는 공화당 후보 부인들의 공통된 전략은 화이트 워터사건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현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와의 차별화.
이들은 하나같이 『나는 나서기 좋아하는 힐러리와는 다르다』며남편의 내조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뉴햄프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뜻밖의 승리를 거둔 정치평론가 패트 뷰캐넌의 부인 셀리는 항상 미소지으며 남편을 몇발짝 뒤에서 따르는 모습으로 「조용한 부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행정부시절 백악관에서 6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셀리는 뷰캐넌 후보가 칼럼을 쓰는데 결정적인 조언을 할 정도.그러나 대중 앞에선 철저히 수줍음타는 모습으로남편의 극우보수 노선에 걸맞은 여인상을 선보이고 있다.
억만장자인 스티브 포브스의 부인 세비나도 파리에서 공부했고 3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별도의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채 내조에만 골몰하는「안방마님상」을 심고 있다.
셀리.세비나는 특히 선거유세에 모습을 드러내되 대중 앞에서 말을 가급적 삼가고 클린턴 대통령을 공개 비난하지 않는등 선거전면에 나서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강력한 대통령후보인 보브 돌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돌이나 전 테네시주지사 라마 알렉산더의 부인 하니 알렉산더는 다소 적극적으로 선거유세에 개입하는 형.
그러나 역대 공화당 행정부에서 교통.노동장관을 지낸 엘리자베스도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결코 남편과 공동으로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하거나 각료처럼 처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다만 미국 적십자사 총재라는 현재의 직책(휴직 )은 계속 수행하겠다며 소극적인 사회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을 따름이다.
텍사스 상원의원 밑에서 일했던 하니 알렉산더는 78년 주지사선거때 남편이 선거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네번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니 역시『나는 정책결정에 관심이 없다』며 정치가의 아내로서내조에만 헌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비록 중도하차했지만 유력한 공화당 후보였던 필 그램 상원의원의 부인 한국계 3세 웬디 그램 여사는 『대통령에게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퍼스트 레이디의 큰 역할중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힐러리의 적극성에 식 상한 유권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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